[평양 밖 북한] 최악의 독재국가에서 어머니날을 축하한다니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국경 지역의 철조망 너머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성이 보인다. 2019년 1월 촬영.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은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기념한다. 김일성이 1961년 제1차 전국어머니 대회에서 ‘자녀교육에서 어머니들의 임무’라는 제목으로 연설한 데서 유래했다. 지난 11월 16일 어머니날을 맞아 북한 당국은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축하 분위기를 조성했다. ‘어머니날을 축하합니다’라는 선전판이 평양 시내 곳곳에 내걸리고, ‘조선은 여성들의 낙원이다’라는 선전을 이어갔다.

11월 16일자 노동신문 기사를 보면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훌륭히 키워 혁명의 길에 내세우고 남편이 당과 국가가 맡겨준 책무에 충실하도록 뒷바라지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만사람의 존경과 찬양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국가의 부흥을 위한 투쟁에 걸음걸음 자신의 성실한 땀과 노력을 묻으며 가정과 나라의 근간을 다져온 것이 우리 어머니들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한마디로 자식과 남편 뒷바라지를 하면서 국가에 충성하는 이중, 삼중의 역할을 여성에게 부여하고 있다. 따스한 어머니의 품은 당의 품으로 대변되고, 김정숙 어머니를 따라 배우자는 선전선동은 북한 여성들의 자유를 옭아맨다. 정작 어머니날에 여성의 삶은 없었다. 가부장적인 사고가 지배하는 북한 사회에서 여성권은 전혀 보장받지 못한 실정이다. 여성들은 가정, 학교, 군대, 구금시설 등에서 각종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북한 자강도 중강진 압록강변에서 한겨울에 얼음을 깨고 빨래하는 북한 여성들. 2019년 1월 촬영.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누군가 송곳으로 얼굴을 할퀴는 듯한 칼바람이 뼛속을 에인다는 한겨울 추위에도 불구하고 압록강에서 빨래하는 건 일상의 모습이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우물에서 물을 길어가는 북한 여성의 삶은 또 어떠한가? 북한에서 여성권이 얼마나 유린당하는지는 중국으로 인신매매 당하는 여성들의 상황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북한 사람이 아니라 조선 여성이라며 울부짖던 한 탈북 여성의 절규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녀들의 고통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일은 침묵하지 않는 것, 바로 우리의 관심이다.

한편, 11월 18일자 노동신문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1월 제4차 대회 이후 11년 만에 ‘전국어머니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두 번째로 맞는 이번 대회는 ‘모성영웅’을 비롯해 사회주의 대가정의 부흥 발전에 기여한 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어머니대회라 이름 짓지만 정작 새세대들의 사상이완 현상을 어머니들의 역할을 통해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당국의 사상통제에 대한 절박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세상 어디에 자식을 잘 키워 ‘장군님의 병사’를 만드는 게 행복이라 말하는 어머니가 있을까? 북한 여성이 진정으로 행복을 꿈꿀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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