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다가오자 동복 도둑질 성행…널어놓은 빨래도 훔쳐가

동복 가격 두배로 뛰어 구매 엄두 못내…“돈 없는 사람은 얇은 옷 겹겹이 껴입고 겨울 보내야”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국경 지역. /사진=데일리NK

겨울이 다가오면서 북한 함경북도에서 겨울용 겉옷을 훔쳐 가는 도둑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7일 “요새 도둑들이 집마다 동복(패딩)을 죄다 훔쳐 가고 있다”며 “지난달 말 회령시에서는 한 주민이 날씨가 좋아 작년에 입었던 동복과 세타(스웨터)를 빨래해 널고 잠깐 나갔다가 들어와 보니 빨래가 다 없어지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 주민은 새것도 아니고 낡은 동복이라 훔쳐 가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고 널어놓았는데, 잠깐 사이 물기가 채 빠지기도 전에 동복을 도둑맞는 일을 겪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때는 도둑이 지금처럼 성행하지 않았는데, 지역 간 이동이 어느 정도 풀리니 도둑질이 기승을 부린다”며 “동복 같은 경우에는 없어서 못 훔칠 정도고 집에 사람이 있어도 도둑들이 어느 틈에 동복을 훔쳐 가는지 재간이 보통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도둑들도 다 먹고살려고 어쩔 수 없이 한다는 건 알겠는데 어쨌든 겨울에 입을 동복을 도둑맞으니 속상하다며 안타까워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겨울을 앞두고 동복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월동 준비 중 하나다. 그러나 경제난, 식량난으로 먹고살기조차 어려워지자 최근에는 도둑질로 동복을 마련하거나 훔친 동복을 팔아 넘겨 돈벌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중고 옷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먹고살기 위해 장사하는 사람들이라 누구의 옷인지 알면서도 구매하는 경우가 많고, 아니면 아예 껍데기를 벗기고 솜으로 다른 옷을 만들어 되팔기도 한다”고 했다.

과거에는 중고 옷을 구매하는 사람이 도둑에게서 아는 사람의 옷을 넘겨받으면 원래 주인에게 넘겨받을 때 낸 만큼의 돈을 받고 다시 옷을 돌려주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런 일도 사라졌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복을 도둑맞은 주민들은 올해 겨울에 가을옷을 겹겹이 입고 다닐 수밖에 없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500위안(한화 약 9만원)이면 좋은 동북을 살 수 있었지만, 올해는 동복 가격이 1000위안(약 18만원)부터 시작한다”며 “돈 많은 사람들이야 돈 주고 사면 그만이지만 돈 없는 사람들은 끼니 걱정도 이만저만 아닌데 동복 살 돈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돈 없는 사람들은 동복을 도둑맞지 않으면 다행이고, 도둑맞으면 얇은 옷을 겹겹이 껴입거나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겨울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