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메모리 장사로 돈벌이하던 청년, 공개재판 받아

한국 영화, 드라마 든 USB 지방에 팔아 넘겼다 단속…6개월간 예심 끝에 15년 교화형 선고

CD, USB, SD카드. /사진=데일리NK

한국 영화,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를 복사해 휴대용 저장장치에 담아 판매한 평양시의 청년 노동자가 이달 중순 공개재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은 30일 “남조선(남한) 영화, 드라마 등이 담긴 메모리(USB)들을 지방 주민들에게 팔아넘긴 평양시 동대원구역 거주 청년 노동자가 올해 4월에 체포됐는데, 이후 6개월간의 예심을 거쳐 이달 중순에 공개재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공개재판에 넘겨진 이 청년은 평안남도, 함경북도 등 지방의 주민들에게 한국 콘텐츠가 들어 있는 USB를 넘겨주며 몇 년간 돈벌이해오다 청진에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에 단속된 청년 2명의 진술로 체포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청진시에서 붙잡힌 2명의 청년은 평양시 청년에게서 받은 USB를 가지고 또 복사·판매해 돈벌이하다 발각됐으며, 구타·폭행이 난무하는 모진 조사 과정에서 USB의 출처인 평양시 청년에 대해 실토했다.

평양시 청년은 USB를 받아 간 청진시의 청년들이 단속됐다는 소식을 은밀히 전해 듣고는 곧바로 몸을 숨기고 평양시를 벗어나려 했으나, 수배 전단이 배포된 보위부 10호 초소에서 단속됐다.

그는 조사에서 한동안 입을 열지 않고 버티다가 ‘악성 전염병(코로나19)이 발생하고 가정이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운 처지에 빠져 돈 되는 일을 찾아보다가 후탈이 무섭고 두렵지만 메모리 장사에 뛰어들었고, 처음에는 당장 어려운 상황에서만 벗어나자는 생각이었으나 돈 버는 재미를 보고 나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며 울며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평양시 청년 노동자가 6개월간의 예심 과정에서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건장하던 모습은 사라졌고 영양실조에 걸린 듯한 왜소한 몸으로 공개재판장에 끌려 나와 무대에서 까무러치기도 했다”며 “그 모습을 본 일부 주민들은 안타까움에 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 청년은 공개재판에서는 15년 교화형을 선고받았고, 그의 가족들은 평양시에서 황해북도로 추방됐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