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하던 北 시장 쌀값, 갑자기 폭락…곡물 수입 영향?

평양 시장 쌀 가격 1년 7개월여 만에 4000원대 기록…2주 만에 큰폭으로 떨어져

양강도 혜산 인근 노점.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과일이 눈에 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던 북한 시장 쌀 가격이 2주 만에 폭락했다. 곡물 수입이 확대된 데다 최근 수확이 완료된 옥수수가 시장에 풀리면서 북한 시장 곡물가 하락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5일 평양의 한 공식 시장에서 쌀 1kg은 4900원에 거래됐다. 평양 시장의 쌀 가격이 1kg에 40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7개월여 만이다.

직전 조사 때인 지난 1일 평양 시장의 쌀 가격이 1kg에 6400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2주 만에 23.4% 하락한 것이다. 북한 시장의 쌀값이 짧은 기간에 이렇게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본보가 정기적으로 북한 시장 물가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다른 지역의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쌀값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기준 양강도 혜산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5100원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일 혜산 시장의 쌀값은 7000원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2주 만에 27.1% 하락했다.

시장의 강냉이(옥수수) 가격도 하락했지만, 쌀보다는 하락폭이 작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5일 평양 시장의 옥수수 가격은 1kg에 2450원으로, 지난 1일 조사 당시 가격(2900원)보다 15.5% 하락했다. 이밖에 신의주와 혜산 시장에서도 옥수수 가격은 2주 만에 1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이상 오름세가 계속됐던 북한 곡물 가격이 최근 2주 만에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 등 해외로부터의 곡물 수입 증가, 양곡판매소의 곡물 판매량 확대 등 여러 요인이 중첩된 결과로 보인다.

복수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러시아로부터 밀 수입을 크게 확대했다. 러시아에서 수입된 밀은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고 북한 당국도 밀 소비를 권장하고 있다.

본보는 평양시 인민위원회가 이달 초 각 구역 인민위원회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 혁명 활동(북러 정상회담)으로 러시아에서 밀 수입이 확대됐다고 밝히며 주민들에게 밀가루 음식을 장려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는 소식통의 전언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러시아산 밀 수입 언급하며 주민들에 밀가루 음식 권장)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곡물량이 증가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북중 무역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지난달까지는 건설 자재나 양말, 의류 등이 대북 수출품의 상당량을 차지했지만, 최근 들어 쌀이나 옥수수 등 곡물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곡물 수입이 증가한 것에는 국제 곡물 가격 하락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발표에 따르면 9월 평균 곡물가격지수는 126.3포인트로 1년 전(147.9포인트)보다 21.6포인트(14.6%) 낮았다.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도 평균 121.5포인트로 1년 전 같은 기간(136.1포인트)보다 14.6포인트(10.7%) 낮았다.

이밖에 지난달 초까지 수확이 끝난 옥수수에 대한 국가 의무 수매가 최근에 완료되면서 햇강냉이가 시장에 풀린 것도 시장 곡물 가격 하락을 부채질한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