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곡물 유통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고 양곡판매소를 통해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에 곡물을 판매하는 ‘신양곡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기관의 수매를 거쳐 양곡판매소를 통해 곡물이 공급되기까지의 과정에 적지 않은 양이 소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수매·양정 부문의 간부들은 국가가 쌀이나 옥수수 등 곡물을 수매하고 이를 양곡판매소에 분배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최소 30%의 곡물량이 소실된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적지 않은 양이 소실되는 이유는 수매 및 공급 과정에서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낟알의 감모량까지 포함시켜 집계, 판매하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쌀겨나 돌 같은 이물질이 포함돼 있거나 수분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의 수매량을 보고해 실제 확보된 곡물량과 크게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국가계획분 만큼 무조건 수매는 해야 하고 어느 기관도 감모량 만큼의 손실을 떠안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에서 팔아주는 쌀들은 수분이 많고 돌이나 흙이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양곡판매소에서 판매되는 곡물 가격은 시장보다 저렴하긴 하지만 수분이 많고 쌀겨와 이물질이 포함돼 있어 먹을 수 있는 낟알을 걸러내야 한다는 전언이다. 그렇게 걸러 낸 곡물량만 따져보면 결국에는 시장 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소식통은 “양곡판매소에서도 국가계획분에 맞춰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저울 농간질을 하거나 값을 올려 팔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곡판매소 일꾼들이 눈속임으로 정량보다 적은 양을 팔거나 임의적으로 가격을 조금 올려파는 등의 비리를 저지른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북한 당국은 현재 실시되고 있는 신양곡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곡판매소에서 한 달에 한두 차례 적은 양을 판매하더라도 시장보다 가격이 싸 적지 않은 저소득층 주민들이 반기고 있다는 이유다. 또 국내 곡물 생산이나 무역기관의 곡물 수입, 유통, 판매 등 모든 과정을 국가가 관리하는 체계가 종합적으로 향상됐다는 내부의 긍정 평가도 있다고 한다.
이에 북한 당국은 남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기간에 국가 중심의 양곡관리 및 판매 정책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북한 매체는 연일 ‘예년에 보기 드문 흐뭇한 작황’이라며 추수 성과를 선전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10일 “뜻깊은 10월의 명절을 맞아 온 나라가 환희로 설레이고 있다”며 “농업부문에서 충성의 구슬땀을 바쳐 풍요한 작황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지난 6일에도 “황해남도의 드넓은 농장벌들에 예년에 보기 드문 흐뭇한 작황이 펼쳐진 가운데 뒤떨어졌던 농장, 작업반들이 최근 년간에 볼 수 없었던 높은 수확고를 내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올해 북한의 농업 생산량이 증가하더라도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 6일 통일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올해 곡물 총생산량은 전년 총생산량(451만t)보다는 증가하더라도 증가분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한의 식량 수요량(약 550만t·세계식량계획 등의 예상)에는 도달하지 못해 식량부족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