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창건일 꽃바구니 비용, 소학교 학급 내 ‘이들’에게만 거뒀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학교 출석률 떨어지자 학생 전체 아닌 열성자들에게만 세외부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당·정·군 간부들이 10일 당 창건 78주년을 맞아 만수대언덕에 있는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를 진정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함경남도 함흥시의 일부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에서 당 창건일(10월 10일) 꽃바구니 마련을 위해 학급 열성자들에게서 돈을 거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5일 함흥시 학교들에 당 창건일 당일 꽃바구니 증정 사업에 관한 시 교육부의 지시가 내려졌다. 이에 학교들에서는 각 학급에 꽃바구니 마련에 필요한 비용을 할당했다.

여느 때 같았으면 학급생 전원에게 일정액을 바치도록 요구했겠지만, 올해는 대부분 학교 학급들에서 분단위원장을 비롯한 열성자들에게만 꽃바구니 비용을 거둬들여 나머지 학생들의 부담이 줄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 배경에 대해 소식통은 “지난달 함흥시 소학교 출석률이 60% 이하로 집계됐다”면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제기되는 경제적 과제를 수행하지 못해 담임 교원들에게서 욕을 먹으니 부모들이 아무리 설득해도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출석률이 낮은 상황은 시 교육부에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 교육부에서는 별다른 대책 없이 학교 교장들에게 학생들의 출석률을 보장하라는 지시만 내렸고, 교장들은 또 담임 교원들에게 출석률 보장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당 창건일 꽃바구니 마련 비용이 학급마다 할당되면서 가뜩이나 낮은 출석률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담임 교원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결국 교원들은 여느 때처럼 학생 모두에게 돈을 내라고 하면 출석률이 더 떨어질까 우려해 학급의 열성자들에게만 꽃바구니 비용을 부담시켰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함흥시 성남소학교의 한 학급에서는 분단위원장을 포함한 열성자 6~7명 1인당 북한 돈으로 1만 원씩 낼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또 함흥시 남문소학교의 일부 학급도 이번 꽃바구니 증정에 필요한 돈을 학급의 열성자들 위주로 거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열성자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기되는 경제적 과제를 잘 수행하고 비교적 생활이 좋은 집 자녀들”이라면서 “그래서 담임 교원들은 세외부담을 줘도 별문제 되지 않을 열성자들에게만 돈을 거둬들여 꽃바구니 비용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담임 교원들도 배급이나 생활비 한 푼 받지 못하는데 학급 앞에 맡겨진 과제수행을 하지 못하면 비판 대상이 되니 별수 있겠느냐”며 “그러니 요새 교원 지망자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고 돈을 안 냈다는 것으로 비판받는 게 싫어 학교에 안 가는 학생들도 많다”며 “출석률을 보장하라고 하면서도 출석률이 떨어지는 원인인 경제적 과제를 계속해서 학교에 내려 먹이니 문제”라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