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인민위원회 교육부 지시에 따라 혜산시의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전문학교, 대학교가 한 달간 수업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감자 수확에 내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지난달 초 혜산시 고급중학교, 전문학교, 대학교들에 담당할 농장들을 지정해주고 11일부터 (수확) 작업에 돌입하라는 도 교육부의 지시가 내려져 학생들이 농장에서 감자 캐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감자 주산지인 양강도에서는 매년 9월 9일부터 10월 10일을 전후로 고급중학교 이상 학생들을 동원한 감자 수확이 진행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양강도의 학생들은 한 달간 농장에 나가 감자 캐기에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북한은 매년 감자 캐기 동원 기간에 필요한 식량과 부식물, 조미료, 간식까지 전부 학생들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과반이 넘는 학생들이 식량 등을 준비하지 못한 채로 동원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혜산시 혜탄고급중학교 한 학급에서는 학생 1명당 농촌 동원 한 달간 먹을 쌀 5kg, 옥수수쌀 10kg, 식용유 반병, 소금 100g 등을 각자 준비하도록 했으나 40%의 학생들은 쌀 1~2kg 정도만 준비했고, 60%는 1g의 식량도 준비하지 못했다고 한다.
혜산시 경제전문학교의 경우에도 농촌 동원 기간에 필요한 식자재를 전혀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코로나19 전에는 그래도 부모들이 자식들 동원 기간에 먹을 식량은 보장해 줘 누구나 밥술은 뜰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주민이 하루 한 끼 보장도 힘들 정도로 생활이 어려워서 여느 해보다 준비 품이 줄었음에도 빈 몸으로 동원에 참여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실정에 일부 학교들에서는 능력이 되는 학생들에게 된장이나 소금 같은 양념을 부담시키고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어떤 부담도 주지 않고 동원에만 빠지지 말고 무조건 참가할 것을 요구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동원에 빠진 학생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코로나19 전에는 학생들이 자체로 준비해 간 식량과 부식물과 농장들에서 나오는 감자를 보태 배는 곯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농장에서 주는 감자로만 끼니를 해결하고 있어 가뜩이나 먹고 돌아서면 배고픔을 느끼는 나이의 학생들이 허기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전에는 동원 준비가 미흡한 학생들을 뒤에서 소곤소곤 뒷소리하거나 손가락질하는 학생들이 있어 종종 싸움까지 벌어지곤 했다”며 “다만 올해는 어려운 생활을 겪으면서 모두가 철이 들었는지 싸움하거나 배고프다고 도주하는 학생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강도 혜산시 학생들의 올해 감자 캐기 동원 기간은 당 창건일 전날인 10월 9일까지로 돼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