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두려움에 떠는 中 내 탈북 여성들 “조국에 보내질까…”

불법체류 중인 탈북 여성 인터뷰…“어떻게 하면 남조선으로 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

북한 평안남도 신의주에서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버스가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지난 8월 27일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코로나 방역 등급을 조정하고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주민들의 귀국을 승인한다고 밝힌 후 평안북도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을 잇는 압록강철교(중국 명칭 조중우의교)에서 버스 이동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코로나로 끊겼던 북중 간 인적 왕래가 재개되면서 중국에 숨어 지내고 있는 탈북 여성들의 북송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탈북 여성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국 내 지역 이동에 대한 검열과 단속이 강화되면서 한국행을 시도하기도 어렵게 됐다며 북송 가능성에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최근 본보는 평안남도 출신으로 현재 중국에 살고 있는 탈북민 여성 A씨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A씨를 비롯한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헤아려볼 수 있었다.

A씨는 지난 2014년 20대 초반의 나이에 ‘중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 압록강을 건넜다. 이후 인신매매로 중국인 남성에게 팔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강제 결혼을 거부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로부터 9년째 중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살고 있는 A씨는 현재 중국인 남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8살 아들을 키우고 있다.

A씨는 “중국에 온 이후 매일 공안에게 붙들려가면 언제든 북송될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불안했다”며 “올해 초에도 한국행을 시도했지만, 스스로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아래는 A씨와의 인터뷰 내용

-올해 초 한국행을 시도했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했는데, 이유가 무엇이었나?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조국(북한)에서 국경 문을 열고 중국에 있는 사람들을 잡아갈 수 있다는 얘기가 작년부터 계속 나왔다. 그전에 남조선(한국)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남조선으로 가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까지만 가면 거기서부터는 인도해주는 사람들이 나온다고 해서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당시 버스에서도 공안들이 신분증 검사를 수시로 했다. 여기서 잡히면 오히려 감옥에 가겠다 싶어 집으로 돌아왔다. 2018년에도 한번 남조선으로 가려고 했었다. 그때는 그래도 선양(瀋陽) 근처까지 갔었는데 아이가 너무 어려서 돌아왔다.”

–2018년과 비교해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이 한국으로 가기가 더 어려워졌나?

“일단 중국에서 신분증이 없으면 이동을 할 수가 없다. 특히 코로나 때 지역끼리 이동할 수 없게 사람들을 묶어 두면서 신분증 검사하는 곳이 많아졌다. 돈이 있어도 남조선에 쉽게 갈 수가 없다. 일단 현금만 들고서는 가까운 도시로 나가는 것도 어렵다. 버스나 기차는 물론이고 여관에서도 요즘은 현금을 쓰지 않는 곳이 더 많다. 신분증이 있어야 하고 중국 사람 이름으로 된 손전화(휴대전화)도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 신분증 훔쳐서 기차표를 산다고 해도 거기도 다 감시카메라가 있고 역 안에 들어갈 때도, 기차 안에서도 수시로 신분증 검사를 하기 때문에 일단 도시로 가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졌다.”

–중국인 남성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사는 탈북 여성들을 공안이 갑자기 잡아가는 일은 거의 없지 않나?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진 것인가?

“코로나 때 핵산 검사를 하게 하고 주사를 맞게 해준다고 집마다 신분 검사를 하면서 신분증 없이 사는 조선(북한) 여자들이 더 불안하게 됐다. 몇 년 전부터는 신분이 없는 조선 여자들을 중국 공안이 잡아간다는 얘기도 계속 들리고 있다. 중국인 남편이 괜찮은 사람이면 공안에 붙들려가도 신분 보장하고 돈 좀 주고 데려오는데 깡패 같은 남편도 많다. 매일 때리고, 싸우고 나면 남편이 먼저 공안에 신고해서 감옥에 간 여자도 있다. 매일이 불안한 삶이다. 남편이 딱 먹을 것만 겨우 살 정도의 돈을 준다. 아무 데도 못 가게 하려는 거다.”

–앞으로도 한국행을 시도할 생각이 있나?

“당연하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어디서 신분증만 구하면 갈 수 있겠는데 혼자서는 어렵다. 어떻게 하면 남조선으로 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 가능하면 아이도 데리고 가고 싶다. 여기서 깡패 같은 아버지랑 살면 애가 어떻게 되겠나 걱정이다. 조국에 있을 때도 먹고 살기 힘들었지만 여기도 감옥이나 마찬가지다. 감옥 같은 곳에 살면서 진짜 감옥에 잡혀갈까 봐, 그래서 다시 조국으로 보내질까 봐 항시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