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완화 후 첫 추석에 들뜬 분위기…한편에선 문단속 주의

가족친지 한데 모여 명절 쇠게 돼 기뻐해…경제적 어려움에 생계형 도둑 기승 부려

북한 추석 성묘
성묘하는 북한 주민들. /사진=강동완 교수 페이스북 캡처

코로나19 방역 완화 후 처음으로 추석을 맞은 북한 주민들이 예년과 다른 명절 분위기에 한껏 들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작년까지만 해도 일정 인원 이상 모이지 못한다는 방역 수칙 때문에 가족 전체가 모이지 못했지만, 코로나 방역이 완화되면서 이번 추석에는 가족 친지들과 모여 함께 명절을 보내고 같이 산소에 가서 성묘도 할 수 있게 돼 주민들의 마음이 부풀어 있다.

소식통은 “올해는 단속이 풀려 그동안 벌초를 못 해 풀이 무성한 묘지 풀도 깎고, 가까이 사는 친인척들과 제사 음식도 먹을 수 있게 돼 좋다”며 “사람들도 이런 명절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확산을 명목으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수위 높은 방역 조치를 취해 주민들이 설이나 추석 등 민속 명절에 조상의 묘가 있는 산에 올라가는 것조차 통제했다.

실제 지난해에는 4~5명씩 무리로 산에 오르지 못하게 하고 3시간 이내에 하산하라는 규정을 조직적으로 포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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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소식통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추석 명절을 제대로 즐기지도, 휴일에 쉬지도 못하는 주민들이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추석에도) 뜨개, 가발, 가방 등을 만드느라 밤새 재봉질에 매달린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가발 한 개 만들면 쌀 1kg 값을 넘게 줬지만, 지금은 1kg 값도 안 주기 때문에 하려고 하는 사람이 적다. 그런데 정말 어려운 사람들은 헐값의 수공비라도 받으려고 밤새 작업을 한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이 워낙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생계형 도둑도 기승을 부려 주민들은 ‘이번 명절에는 문단속을 잘해야 한다’면서 서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얼마 전 장마당에서 한 아지미(아줌마)가 하는 말이 밥하려고 쌀을 씻어 마당에 놓고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바가지에 담겨 있던 쌀이 사라져 어처구니가 없었다는 것이었다”며 “그 아지미는 ‘그걸 누가 훔쳐 가겠느냐.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지’라며 범인이 주변 이웃일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살기가 어려우니까 옆집도, 친인척도 서로 의심하게 만드는 게 현재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밖에 소식통은 “얼마 전에는 한 주민이 강냉이(옥수수)를 도둑질해 안전부에 잡혀갔는데, ‘농장의 포전은 곧 인민의 포전인데 내가 먹어도 일 없지 않냐’고 말해 매를 엄청 많이 맞기도 했다”며 “그는 비판서를 쓰고 노동단련대에는 가지 않았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