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황해북도 목장서 염소 40% 집단 폐사…축산업 ‘비상’

기생충에 의한 감염이 원인…소독약품 부족한데 수의방역 기관에서는 '자력갱생'만 강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7월 1일 “양강도에서 우량품종의 염소 종자를 확보해 젖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사업에 힘을 넣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황해북도 중부 지역에서 염소가 집단 폐사하는 일이 벌어져 북한 수의 당국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중순 황해북도 서흥군과 린산군 등지 목장에서 사육하는 염소의 40%가 갑자기 폐사했고, 이 같은 사실이 즉각 상부에 보고되면서 수의 당국이 검열에 나섰다.

해당 목장들이 상부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염소 폐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기생충에 의한 질병 감염이다.

북한 수의 당국은 보고된 것보다 더 많은 개체가 폐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검열 수위를 높였으며, 검찰소까지 나서 목장들의 위생 및 검역 실태조사를 진행했다는 전언이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초지에서 발생하는 기생충은 풀이나 토양에서 서식하는데 염소는 특성상 풀의 뿌리까지 먹기 때문에 기생충에 상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방목해 키우는 염소는 기생충에 의한 질병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래서 염소를 방목하기 전 초지 소독을 진행해야 하지만, 북한의 경우 약품 부족으로 소독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기생충에 의한 질병 감염으로 염소가 폐사하는 비율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 이후 높아졌다.

국경봉쇄 이전에는 목장에서 필요한 소독약과 구충제 등을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았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약품들을 농장에서 직접 제조하고 있다고 한다.

소독액은 석회수, 클로로포름(CHCl₃), 염소(CI), 소금 등의 재료를 혼합해서 사용하고 있고, 구충제는 효과가 입증된 바 없는 약초를 말려서 직접 제조해 쓰는 열악한 수준이다.

이렇게 축산 사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약품이 공급되지 않다 보니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황해북도 수의방역소는 ‘축산 단위들에서는 해당 기관들과의 연계 밑에 집짐승의 전염병 예방과 질병 치료에 필요한 소독약, 치료약, 치료기구들을 제때 확보하며 약초를 가지고 수의약품을 자체로 만들어 이용하기 위한 사업을 잘 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시문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급 기관에서도 자체적으로 소독약 등을 제조해서 이용하라고 지시하는 것 외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조 연구위원은 “기생충 감염으로 인한 염소 폐사는 북한에서 오래전부터 계속돼 온 고질적인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초지 소독과 구충제 제공이 제대로 돼야 한다는 것을 북한 수의방역 기관들도 알고 있지만 재원이 부족하고 수입 여건이 되지 않으니 자력갱생만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