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쌀값이 지역별로 일제히 올라 올해 들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양강도 혜산시의 한 공식 시장에서 쌀 1kg이 북한 돈 6600원에 거래됐다. 지난 3일 혜산의 쌀 가격이 64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1% 오른 것이다.
북한 공식 시장에서 쌀 가격이 6000원대 중반 가격을 넘어선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혜산 공식 시장의 쌀 가격은 지난 7월 말 이후 현재까지 두 달 가까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혜산 일부 시장에서는 최근 쌀 가격이 한때 7000원대에 거래됐던 것으로도 전해졌는데, 지난 2021년 6월 코로나로 인한 양강도 지역봉쇄로 유통이 어려워졌을 때 쌀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섰던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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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평얀북도 신의주에서도 쌀값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기준 신의주 시장 쌀값은 1kg에 6300원으로, 2주 전인 지난 3일 조사 당시 608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6% 상승했다.
신의주에서는 평균 쌀 가격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 7월 쌀 1kg이 6300원에 거래돼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는데, 이후 이번에 다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대해 김관호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양정법을 개정하면서 기관 수매를 우선화하고 양곡판매소로 쌀을 공급하는 등 쌀의 유통과 분배를 통제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으로 공급되는 양이 줄고 유통과정에 대한 통제가 강화된 것이 시장의 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시장의 옥수수 가격은 쌀보다 상승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과 신의주, 혜산에서 모두 1kg에 3000원대를 넘어섰다.
지난 17일 기준 혜산의 공식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3500원에 거래돼 2주 전인 지난 3일 조사 당시 가격(3000원)보다 16.7% 급등했다.
평양의 한 시장에서 지난 17일 옥수수 1kg은 3130원에 팔려 직전 조사 때 가격(2900원)보다 7.9%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보통 북한에서 옥수수 물량이 소진되기 시작하는 봄철부터 여름까지는 1년 중 시장의 옥수수 가격이 높은 편에 속한다. 이후 옥수수 수확이 결속되는 8~9월 사이 시장의 옥수수 가격이 하락하고 밀, 보리, 감자 등 대체식량이 함께 유통되면서 쌀 가격도 다소 안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대체식량으로 인한 쌀 가격 인하 양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옥수수 수확에도 시장의 옥수수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지속 상승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밀·보리 재배 면적을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옥수수 재배 면적이 축소된 데다 당국이 옥수수 생산량의 상당량을 과자나 술 같은 가공식품 제조에 이용하면서 시장에 유통되는 옥수수의 양이 예년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