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 쌀값 올해 최고치 기록…일제히 6000원 넘어서

최근 5년간 9월 초 시장 쌀값 중 가장 높은 가격대…옥수수도 수확 마무리되는데 가격 올라

2018년 10월께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 풍경. 곡물을 흥정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시장 쌀 가격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9월 초 북한 시장 쌀값 중에서도 가장 높은 가격대로 파악됐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kg는 6100원에 거래됐다. 2주 전인 지난달 20일 같은 시장에서 같은 양의 쌀이 5730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할 때 6.5%가 상승한 것이다.

쌀 가격 상승세가 가장 가파른 곳은 물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싼 양강도 혜산이다. 지난 3일 혜산의 한 시장에서 쌀 1kg 가격은 6400원으로 조사됐다.

평양과 혜산 모두 시장 쌀값이 1kg에 6100원과 6400원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국경봉쇄 기간 시장 물가가 가장 비쌌던 지난해 7~8월 이후 처음이다.

평안북도 신의주 시장 쌀값 역시 지난 3일 기준 1kg에 6080원으로, 6000원을 넘어섰다.

특히 현재 가격은 최근 5년간 9월 초 북한 시장 쌀 가격과 비교할 때도 가장 높은 가격대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경이 봉쇄되기 전인 2019년 9월 11일 기준 북한 시장의 쌀 가격은 평양 4700원, 신의주 4750원, 혜산 5000원이었다.

특히 국경봉쇄 및 수입제한으로 시장 물가가 가장 비싸던 지난해에도 9월 초 시장 곡물 가격은 평양 5800원, 신의주 6000원, 혜산 6200원이었다.

올해 북한 당국이 쌀 수입량을 지난해보다 크게 확대했음에도 시장 쌀 가격이 지난해보다 1.3%~5.2% 상승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의 강냉이(옥수수) 가격도 2주 전보다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2970원에 거래돼 지난달 20일 조사 당시 가격(2680원)에서 10.8% 급등했다.

다른 지역도 상승폭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혜산의 경우 지난 3일 옥수수 1kg 가격은 3000원으로, 직전 조사 때인 지난달 20일 가격(2730원)보다 9.9%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북한에서 옥수수 수확이 마무리되고 있는데도 시장의 옥수수 가격이 오히려 상승한 것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평가된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총량적인 측면에서 북한의 국내총생산이 예년과 비교할 때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쌀 수입량도 지난해보다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달라진 부분은 북한 당국이 신(新)양곡정책을 도입하면서 분배에 대한 국가 계획을 강화한 점”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21년 8차 당대회 이후 식량 가격과 유통에 대한 국가의 통제 및 관리를 원활히 하기 위해 전국에 양곡판매소를 설치하고 시장 가격보다 20~30%가량 저렴한 가격에 식량을 공급하고 있다.

본보의 취재 결과 북한은 현재 전국적으로 286개의 양곡판매소를 설치·운영 중이다.

그러나 국가 기관이 강제로 수급해 양곡판매소에 공급하는 곡물량이 충분치 않을 뿐만 아니라 유통과 분배에 시간이 걸리고 이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아 양곡판매소의 곡물 판매가 시장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양곡판매소 비리에 ‘화들짝’…최고 사형까지 칼바람부나)

다만 최 연구위원은 “현재 곡물 가격이 상승하긴 했지만 폭등 수준은 아니고 앞으로 쌀 수확이 시작되면 4분기에 가격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양곡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아직 양곡정책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