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판매소 비리에 ‘화들짝’…최고 사형까지 칼바람부나

판매가격 임의 조정해 시장가격과 비슷하게 팔아…검열 전국으로 확대하고 감독 강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월 25일 ‘서로 돕고 이끄는 우리 사회의 미풍을 더 활짝 꽃피워나가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어렵고 힘들수록 서로 돕고 위해주는 덕과 정의 힘으로 오늘의 난관을 뚫고나가려는 것은 우리 인민의 가슴 속에 굳게 자리잡은 드팀없는 신조이고 열렬한 지향”이라고 강조하며 한 양곡판매소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식량 가격 및 수급 안정화를 위해 양곡판매소를 운영 중인 가운데, 일부에서 임의의 가격으로 곡물을 판매하는 등의 비리가 발생해 양곡판매소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에서 양곡판매소의 곡물 가격이 시장 가격과 비슷할 정도로 비싼 곳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이달 초부터 양곡판매소에 대한 검찰소의 검열이 시작됐다.

검찰소는 각 지역 양곡판매소를 돌면서 출납 기록 등 회계자료를 검토해 판매가격 임의 조정 등의 비리가 적발된 경우 해당 양곡판매소 소장을 포함해 출납과 부기 담당 직원까지 관련자 전원에게 국가재산탐오낭비죄 혐의를 적용해 구류시키고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취재 결과 7월 중순까지 검찰소의 검열 과정에서 비리가 파악된 양곡판매소는 황해남도 해주시 3곳, 송화군 2곳, 황해북도 사리원 2곳, 곡산군 1곳, 토산군 1곳 등이다.

실제 이 중 한 곳은 지난 6월 초 쌀 1kg을 북한돈 5500원에, 강냉이(옥수수)를 2800원에 판매했는데 당시 시장의 곡물 가격은 쌀이 5800원, 강냉이가 3000원이었다.

북한 당국은 양곡판매소에서 시장 가격보다 20%가량 낮은 가격에 곡물을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시장 가격과 불과 200~3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자 주민들의 불만이 빗발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양곡판매소에서는 ‘지난해 추수량이 부족한 데다 수입된 곡물량도 많지 않아 국가에서 판매하는 양곡도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는가 하면 ‘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 않을 때 장마당에서 파는 곡식과 국가에서 판매하는 곡식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애국심이 표현되는 것’이라면서 물타기 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에서 드러났다.

현재 북한 당국이 양곡판매소에 대한 검열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앞으로 비리를 저지른 양곡판매소들이 더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소식통은 “검찰소는 양곡판매소 책임자들이 국가와 당을 팔아 사리사욕을 채우고 당의 양곡 정책을 왜곡해 주민들에게 혼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 국가적으로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어 핵심 책임자는 단순 교화형이 아니라 무기형 또는 사형까지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북한이 현재 심화하고 있는 식량부족 문제와 시장의 곡물 가격 상승 책임을 양곡판매소 책임자들에게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북한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양곡 판매에 대한 감독을 한층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양곡판매소가 한 달에 두 번씩 판매 결과와 계획을 해당 지역 시·군 양정부와 도 양정관리국에 보고하고 이를 내각 비상설경제발전위원회 양곡판매관리분과가 종합해 내각에 최종 보고하는 체계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는 앞서 북한 당국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 이후 식량 가격과 유통에 대한 국가 통제를 원활히 하기 위해 양곡판매소를 설치했으며 현재 전국에 286개의 양곡판매소를 운영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운영 초반에는 양곡판매소의 곡물 가격을 일괄적으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내각 농업위원회와 경제발전위원회, 국가계획위원회 등이 시장 가격을 바탕으로 적정한 가격 범위를 정해주고 각 지역의 인민위원회와 농촌경리위원회가 지역별 상황에 따라 가격을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양곡판매소가 판매가를 정하는데 자율성을 갖게 되면서 이 같은 비리 문제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