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자들 짐 검열하며 달러 챙긴 순안공항 직원들 단속

사복 입은 보위부 단속 조직에 적발…입국자들, 한국 영화 든 USB 등 들고오다 걸려

2019년 12월 북한 국영항공사인 고려항공 소속 여객기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대기중인 모습.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 평양 순안공항 직원 2명이 해외에서 들어온 입국자들의 짐 검열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다 보위부에 단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시 소식통은 6일 데일리NK에 “해외에 있던 노동자들을 고려항공으로 들여오게 되면서 공항 직원들의 비행을 예견한 보위부가 공항 직원들을 몰래 지켜보다가 2명의 직원이 짐을 검열하면서 딸라(달러)를 받는 것을 포착하고 즉시 덜미를 잡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위부는 당국의 고려항공 운항 재개 결정 이후 해외에서 입국하는 인원들이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적 물품들이나 국가가 승인, 허가하지 않은 물품들을 몰래 들어와 사회적인 물의를 조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입국 과정에서의 부정행위 단속 방침을 세우고 임시 단속 구루빠(조직)을 공항에 파견했다.

보위부 구루빠는 실제 지난달 말 고려항공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해외에 파견됐던 인원들이 입국하자 사복 차림으로 공항을 돌아다니면서 공항 직원들이 짐 검열 등을 착실히 수행하는지를 멀찍이 지켜보는 등 감시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2명의 공항 직원이 큰 짐을 몇 개씩 들고 검열대 앞에 선 입국자 몇 명에게서 달러를 몰래 받는 것을 포착하고 곧바로 단속에 들어갔다.

이들 공항 직원은 큰 짐 하나당 10달러씩 여권 사이에 넣어주면 짐을 검열하지 않고 그냥 통과시켜주는 식으로 몰래 돈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보위부 구루빠가 당장 짐 검열을 중지시키고 이들을 끌고 간 곳은 공항 보위원 사무실이었으며, 곧바로 이어진 조사에서 이들이 벌써 많은 달러를 챙겼음이 드러나게 됐다.

소식통은 “보위부 단속 구루빠에 걸려든 공항 직원 2명은 당위원회에 넘겨져 사상투쟁의 대상이 됐고, 짐 검열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돼 다시는 귀국 비행기 짐 검열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후 이어진 짐 검열에는 보위부 구루빠가 직접적으로 개입해 많은 입국자가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물품을 가지고 온 것으로 단속되고 물품을 회수당했으며, 이중 일부는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번졌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짐 검열에서 가장 많이 단속된 것은 규정된 양보다 많이 가져온 중국술이었고, 그 외에도 한국 영화나 중국 영화가 든 USB와 중국 돈 등이 걸리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또 입국자들이 해외에서 찍은 사진들도 모두 검열됐는데, 그중에 한국 사람처럼 옷을 입고 찍은 사진들이나 북한 주민이 아닌 외국인들과 찍은 사진들이 전부 문제시됐다.

소식통은 “보위부 단속 구루빠는 입국자들의 짐을 검열하면서 ‘3년 넘게 해외에서 살더니 중국 사람, 남조선(남한) 사람이 다 된 것 같다’, ‘조국의 짠맛을 봐야 정신차리겠다’는 등 비아냥대며 막말을 퍼부었다”며 “입국자들의 얼굴에서는 조국으로 다시 돌아온 기쁨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