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김정은 얼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맞아 방북 중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군사대표단을 접견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의 얼굴이 이른바 ‘7.27 전승절’에 즈음 눈에 뜨이게 환해졌다. 보름전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현장 참관 시 음울했던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다. 표정만이 아니다. 러시아 대표단이 체류하는 기간 무기 세일즈를 위한 해설사(docent) 역할도 기꺼이 수행했다. 행사 종료 후에는 3일간의 군수공장 연쇄 시찰, 소총 시범 사격 장면 연출,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주재 등 강행군을 활발하게 이어 나가고 있다.

얼굴은 개개인의 심리상태를 반영해주는 거울이다. 김정은의 얼굴이 환해지고 제스처도 상당히 크게 변하고 자신감도 배가된 듯한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독재자의 “이제는 됐다”는 안도감의 표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필자가 쓴 ‘북한의 가짜 전승절: 3향, 3무, 3특’(2023.7.31.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을 보면 어느 정도 실마리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8월 9일 《당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를 소집하고 김정은이 직접 주재하였다. 이번 회의는 김정은의 밝아진 모습이 군사정책으로 이어지는 동향이어서 주목된다.

군을 공격적 체제로 재편

북한의 이번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결과 보도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①김정은이 대한민국 지도를 손으로 가리키는 장면을 보여주고 ②“전쟁준비를 공세적으로 해야 한다”는 발언과 ③전선부대 작전수행 능력 다각화를 강조한 친필명령서 하달 사실을 공개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김정은이 한반도 주변 정세의 유동성이 증대되고 있는 국면에서 ‘유사시 대한민국을 선제 기습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부각함으로써 체제 내부 결속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내 전쟁 불안감을 고조시키려는 고도의 심리전 전술(‘전쟁이냐 평화냐’의 틀린 레토릭 확산 도모)이다.

군수생산 목표를 상향 조정

김정은은 “군수공업 부문은 군의 작전수요에 맞게 각종 무장장비들의 대량생산 투쟁을 본격적으로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새로운 생산계획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전승절 직후 김정은의 군수공장 현지지도와 국방경제사업 활성화 지시에 이어 김정은의 ‘대러 병참기지화’ 의지를 강하게 시사하고 있어 관련 동향을 예의 추적,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타

북한은 군 총참모장을 박수일 대장에서 리영길 차수로 교체하였으며, 정권 수립 75주년(9.9절) 경축 민간무력 열병식 준비를 다그쳤다. 군 총참모장 교체는 김정은이 집권 이후 군부에 긴장감을 불어 넣기 위해 ‘회전문식 인사’를 수시로 하고 있어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으며, 민간무력 열병식은 강대강 노선 과시와 내부 긴장 동원 태세 유지를 위한 선전선동술의 일환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이번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는 러시아 국방상 방북 종료를 계기로 ‘군사 전략전술 재조정과 군수물자 생산 독려’를 위한 정책회의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12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시험발사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화성-18형을 시험발사한 것은 지난 4월 13일 이후 석 달여 만이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맺음말

김정은의 밝아진 얼굴과 단호한 정책지시는 ▲북한의 핵정책, 미-중 패권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북중러 대 한미일 신냉전 블록’이 형성된 국면에서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발전 5개년 계획 이행(3년 차)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남·대미 기선을 제압해 나가려는 김정은의 심리, 정책노선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일부에서 김정은의 대러 무기 거래를 대한민국의 1960년대 월남전 참전과 비교하여 얘기한다. 그렇지만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확연히 다르다. 북한의 대러 군사협력은 유엔의 ‘무기수출금지 결의안’의 명백한 위반이다. 그리고 국제법위반을 넘어 ‘전체주의(독재) 대 자유주의, 군수자금(비자금) 대 국가경제’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그렇지만 김정은은 외부 세계의 우려와 제재 강화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한 참호에 있다’는 점과 ‘미국의 제국주의 침략 본성’을 부각하면서 대러 군사협력을 반공개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회담(8.18), 한미의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8.21~24), 북한 정권 수립일(9.9), 당 창건일(10.10) 등을 계기로 정찰위성 발사 등 전략 도발과 선전전, 내부 단도리를 지속 강화해 나가면서 2024년 미국대선 판세를 주목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핵문제는 단시간 내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그렇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다. 원칙과 자유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관점하에 ▲튼튼한 안보태세를 구축하고 미국, UN 등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북한의 반국제법·반평화적 행위를 규탄, 저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민관군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주민들이 인류 보편적 권리와 외부 세계의 실상에 대해 눈을 뜰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입체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함을 강조하면서 글을 맺는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