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가짜 전승절’(7·27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행사가 끝났다. 요란했던 이번 행사의 특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3가지를 지향하였으며, 3가지가 없었고, 3가지가 특이하였다”고 할 수 있다.
3향(向)
김정은은 야간 열병식, 무기전람회와 같은 기획 연출쇼를 통해 ①자신의 치적을 과시하며 체제결속을 다지고 ②중·러와의 밀착연대를 부각하면서 현 국제정세 변화에 공동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반복적으로 송출하였으며 ③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 중인 러시아와는 군수-민수 분야 협력을 논의하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시사하는데 진력하였다.
“중요한 계기에 이루어진 조선로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와 쎄르게이 쇼이구 로씨야련방 국방상 사이의 상봉은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전략적이며 전통적인 조로관계를 가일층 강화발전시키고 급변하는 지역 및 국제안보환경에 대처하여 국방안전분야에서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전술적 협동과 협조를 더욱 심화 발전시켜나가는데서 중요한 계기로 된다.”(2023.7.27. 조선중앙통신/김정은의 러 국방상 쇼이구 접견 보도)
따라서 앞으로도 대미·대남 대화장으로의 복귀보다는 도발과 말폭탄 등을 통한 ‘강대강’ 국면을 계속 끌고 나가면서 중·러와의 경제-외교-군사 분야 협력을 활발히 전개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즉 ≪북중러 대 한미일 신냉전 구도를 활용한 핵·미사일 강국의 길≫은 당분간 김정은의 핵심 전략전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3무(無)
④김정은의 공식 연설이 없었다. 대신 김정은은 대표단 접견, 열병식, 무기전시회 관람, 경축연회 등 거의 모든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성의를 보이면서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내었다. 공식 연설은 강순남 국방상, 김여정(외교무대 첫 연설) 등에게 맡겼다. 이는 이번 ‘가짜 전승절’ 행사 제1컨셉이 ‘북중러 밀착연대 강화 및 과시’에 있음을 시사한다.
⑤김정은의 어린 딸 김주애가 보이지 않았다. 이는 김주애가 내외 이목을 집중시키고 미래세대를 대표하는 데 활용한 카메오(cameo: 드라마나 영화에서 관객의 주목을 끌기 위해 잠깐 출연하는 유명 스타)였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다. 이번에는 ‘좌청룡 우백호’ 그림을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해주기 때문에 굳이 딸까지 활용할 필요가 없었다(김정은과 중·러 대표단에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 분산 역효과)고 판단했을 것이다.
⑥행사 참석자들 모두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이번에 외국대표단을 코로나19 사태 이후 2번째로 초청한 사례와 함께 폐쇄한 국경을 금명간 재개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동향이다. 그렇지만 역병이 다시 확산되는 계기도 될 수 있으므로 관련 동향을 예의 추적해 나가야 할 것이다.
3특(特)
⑦김정은이 ‘무기 세일즈 해설사’(도슨트: docent) 역할을 서슴지 않았다. 김정은은 전쟁 와중임에도 국방상 쇼이구를 단장으로 하는 군사대표단을 보낸 러시아를 위해 자신이 직접 대표단의 전 일정을 같이 소화하면서 환심을 사려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연회장이나 복도에 푸틴의 대형 초상화를 걸어 놓기까지 했으며, ‘무기장비전시회-2023’에서는 첨단무기들을 직접 설명하는 등 최고의 정성을 기울였다.
이에 반해 중국에 대해서는 시진핑이 미국을 의식하여 우리의 국회의장 격에 해당하는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리훙중을 파견하는 데 그쳤으므로 통상적인 수준의 의전적 행사를 제공하는데 머물렀다.
이는 김정은이 대러 무기 수출 등 양국 간 군사협력에 관심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방증해 준다. 향후 북한이 러시아의 병참기지화될 가능성에 대한 평가 및 경제외교적 파급영향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과 대비가 필요할 때이다.
⑧신형 무인 정찰기·공습기가 열병식을 통해 전격 공개되었다. 실물(모형)은 물론이고 열병광장 상공 비행과 공대지 미사일 사격 영상 장면을 보여주었다. 한·미가 운용하는 최첨단 무인정찰기(글로벌호크), 무인공격기(MQ-9리퍼)와 너무나 비슷하게 생겨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북한이 핵·미사일 비대칭전력에 이어 첨단무기 분야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최초로 보여준 사례로서 ▲해킹에 의한 첨단기술 절취 또는 모형을 베꼈을 가능성 등 모든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단기, 중장기 대비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⑨대한민국의 과거와 다른 움직임이다. 7월 27일 당일 우리는 2가지 중요한 행사를 가졌다. 먼저 6·25전쟁 승리의 두 영웅인 ‘이승만-트루먼 대통령의 동상’이 경상북도의 도움을 받아 낙동강 최후방어선 다부동 전적지에 세워졌다. 건국 대통령 동상 설립은 이번이 최초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한편 부산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유엔군 참전의 날·정전협정 70주년’ 행사에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참석하여 22개국 참전용사 62명을 직접 영접하며 최고의 예우를 하고 기념비적인 축사를 하였다.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세계와 함께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에 있어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유엔군의 희생과 헌신, 피 묻은 군복 위에 서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으로 공산 전체주의 세력으로부터 자유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하고, 한미동맹을 핵심 축으로 하여 인도-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2023.7.27 윤석열 대통령 축사)
맺음말
북한은 이번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계기로 핵·미사일 정책에 일체 변화가 없다는 사실과 북중러 밀착연대를 내외에 적극 과시하였다. 필자는 1950년 한반도를 피로 물들인 6·25전쟁을 모의한 주역 3국의 73년이 지난 ‘2023년판 이벤트’(북한은 불법 핵무력 과시, 중·러는 이를 용인)는 ≪가짜 전승절≫이고 ≪반자유·반인민·전체주의·전쟁주의자들의 악마적 합창무대≫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8월 중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8.18)이 있고, 을지훈련(8.21~24)도 예정되어 있다. 북한의 반발과 도발은 더욱 우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우리의 길을 당당히 가야 한다. 그 길만이 김정은 셈법을 바꿀 수 있다.
역사는 자유주의의 승리 과정이다. 우리 모두가 북한의 위협과 공갈을 경계는 하되, 자신감을 가지고 하나가 된다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글을 맺는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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