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곡물가 다시 상승세…상반기 수입량 최대치 기록했는데 왜?

7·27 행사에 따른 통제 강화로 유통 원활치 않아…자연재해 대비해 사재기 움직임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풍요한 가을을 안아올 일념으로 논벼 비배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은 황해남도 연안군 농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시장의 곡물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7·27(정전협정 기념일) 행사에 따른 방역 통제 강화로 유통이 원활치 않았던 데다 폭우 등 자연재해에 대비해 곡물을 사재기하려는 주민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북한돈 5700원에 거래됐다. 직전 조사 때인 지난달 23일 쌀 가격이 544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주 만에 4.8%가 상승한 것이다.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시장에서도 지난 6일 기준 쌀 1kg이 5740원에 거래돼 지난달 23일보다 5.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양강도 혜산의 경우에는 쌀값 상승폭이 평양이나 신의주보다 작았지만, 쌀 가격 자체는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지난달 말 급락했던 옥수수(강냉이) 가격도 이달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6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2740원에 거래돼 지난달 23일 조사 때(2520원)보다 8.7% 올랐고, 신의주의 경우에는 2760원으로 직전 조사 때(2580원)보다 7%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혜산 옥수수 가격은 2주 전 조사 가격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여전히 다른 지역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지난달 말 평양과 신의주 쌀 가격을 제외하고 하락 양상을 보였던 북한 곡물 가격이 이달 들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7·27 행사로 이동 통제가 강화되고 시장 이용 시간이 단축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7·27 행사를 전후해 일부 지역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거주 지역 외 다른 시·군으로의 이동을 통제했다. 또 장마당도 16~17시에 개장해 18~19시에 폐장하도록 하는 등 이용 시간을 단축했다.

이후에도 일부 국경 지역에 대해서는 돌림감기(독감) 등 전염성 질환의 확산을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방역 통제를 강화해 운송업자들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시장 상품이 다른 지역으로 원활히 유통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최근 태풍, 폭우 등에 관한 예보가 잦아지면서 쌀이나 옥수수를 미리 사두려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곡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시장 상황에 밝은 한 소식통은 “태풍이 한번 오면 바로 쌀이며 강냉이 값이 오르니까 큰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조금씩이라도 미리 사두려는 사람이 많아진다”며 “시장에 나오는 낟알이 많지 않은데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가격이 오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올 상반기 쌀 수입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토대로 북한이 올 1~6월 중국으로부터 단립종 쌀 6만 4978톤, 장립종 쌀 5만 18톤 등 11만 4996톤을 수입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상반기에만 5339만 달러 상당의 쌀을 수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쌀 수입량을 대폭 확대했음에도 시장 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국가가 정식적으로 수입하는 쌀이 많다고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며 “중앙지도기관이나 군, 국가보위성 등 국가 공급이 필요한 기관에 우선적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