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 평양정주영체육관에서는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전승절 70주년 기념 대공연이 개최되었다. 북한은 매년 7월 27일이면 어김없이 전승절 기념공연을 개최한다. 그런데 올해 공연이 특별했던 이유는 바로 5년, 10년 단위의 정주년인 70주년 기념공연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국경을 전면 봉쇄했던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 사절단까지 초청했고, 이들은 김정은과 나란히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어쩌면 이번 공연은 평양을 방문한 리홍중(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러시아 국방상)를 대표로 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보내는 김정은의 메시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노래연곡과 러시아노래연곡은 이번 공연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중국노래연곡은 ‘중국인민지원군전가’, ‘나라는 굳건하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 ‘영원히 잊지 않으리’ 등 4곡을 연주했다. 러시아노래연곡으로는 ‘로씨아여 앞으로’, ‘일어서리’, ‘오직 승리 하나일뿐’, ‘승리의 날’ 등이다.
그런데 중국노래연곡을 부를 때 낯익은 가수들이 등장했다. 4인 중창조로 구성되었는데 모두 모란봉악단 단원이다. 공훈배우 칭호를 받은 김유경은 독창을 맡았고, 박미경, 정수향, 조국향이 중창으로 구성되었다.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은 각각 2012년과 2015년에 김정은이 직접 발기해 창단되었다. 한마디로 김정은 시대 음악 정치의 표상이었다. 2019년 이 두 악단의 일부 단원이 삼지연관현악단으로 재편되고 지금까지 김옥주를 중심으로 북한 음악공연이 이루어졌다. 특히, 2020년 신년 경축 공연을 끝으로 모란봉악단의 무대는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동안 공식 활동을 하지 않아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의 해체 여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번 공연에서 일부 단원이 등장한 이유는 중국노래연곡을 부른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모란봉악단은 지난 2015년 중국 공연을 계획했으나 무산된 전례가 있다. 2019년에는 북중수교 70주년을 기념해 베이징에서 대공연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시진핑 내외가 직접 참석해 양국의 우호를 다졌다. 당시 모란봉악단은 최고의 예우를 받았다. 바로 그 무대에 섰던 공훈배우 김유경이 이번 7·27대공연에서 중국노래연곡 무대를 구성한 것이다. 4인 중창조가 연가로 부른 ‘중국인민지원군전가’, ‘나라는 굳건하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 ‘영원히 잊지 않으리’ 등의 노래는 6·25전쟁에 참전한 중공군을 기리는 북한의 최고 예우를 담은 곡들이다.
한편, 노동신문에서 이번 대공연 개최 소식을 전하며, 모란봉악단을 중요예술단체 안에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모란봉악단의 공식 컴백 무대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모란봉악단은 악장인 선우향희를 비롯해 17명의 연주자로 구성되기 때문에 이번 공연에서 모란봉악단 주요 가수 4명만 구성한 것은 악단의 컴백보다는, 중국노래연곡을 부르기 위한 구원 등판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그토록 김정은의 절박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중국 대표단을 위해 최고의 대우를 하며, 시진핑이 관람했던 바로 그 무대에 섰던 김유경과 모란봉악단까지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북한에서 인민배우 칭호를 받고 현재 최고의 가수로 김정은의 총애를 받는 김옥주만으로는 부족했던 걸까?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서 모란봉악단 단원이 부른 중국노래는 ‘나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 ‘영원히 잊지 않으리’ 등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중 간의 밀월관계를 말해준다. ‘항미원조로 (미제)승냥이를 쳐부수자’라는 가사 내용이 현재 세계정치 정세에서 재현될까 그야말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북한이 겉으로는 ‘자주’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중국에 사대 굴종적인 모습으로 연명하는 모습이 참으로 볼썽사납다. ‘외세를 몰아내고 우리민족끼리 통일을 이루자’는 말은 북한이 실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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