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내몰린 노점상들, 안전원들과의 정면충돌도 불사

[직격 인터뷰] "단돈 500원 벌기도 어려워…물건 팔기 위해 치열한 전투 벌여야"

메뚜기 장사(노점 장사) 단속에 상인들이 황급하게 자리를 피하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코로나 시기 길거리 장사 단속을 강화하고 여전히 단속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어 노점상들이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점상들과 이들을 단속하려는 안전원들 간의 마찰도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마당 자리를 살 수 없어 대신 길거리에서 음식이나 채소 등을 파는 노점상들은 북한에서도 취약 계층에 속한다.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가 있어도 단돈 1000원 벌기도 어려운 노점상들은 계속되는 단속에 더는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곤궁한 처지에 맞닥뜨리자 안전원들과의 정면충돌도 불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는 최근 함경북도와 양강도에서 길거리 장사를 하는 노점상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과 노점상들의 생활 수준은 현재 어느 정도로 악화했는지, 안전원들과의 마찰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북한 노점상들이 처한 현실을 들여다봤다.

먼저 길거리에서 채소를 파는 함경북도 노점상 A 씨는 길거리 장사 단속과 관련해 “코로나 전에는 국가가 길거리 장사를 통제해도 중앙당에서 검열 성원들이 내려온다든가 하는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그래도 단속원들의 눈을 피해 가며 먹고는 살 수 있었는데 요즘은 단속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매일 같이 단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머니에 여유가 없어 벌지 못하면 쫄쫄 굶어야 해요. 물건을 팔아야 돈을 벌 텐데 매일 단속에 쫓기니 물건도 팔지 못하고 손해만 보고 있습니다. 입에 거미줄 칠 정도로 궁지에 몰리니 남은 것은 악뿐이에요. 그래서 단속에 걸리면 ‘날 죽여라’ 식으로 단속원들에게 달려드는 거죠. 저 같은 사람(노점상)들이 단속원들과 다투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는 것 같아요.”

양강도의 떡 노점상 B 씨는 “나라에서 주는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몸살 날 정도로 단속과 통제만 강화하고 있다”며 “돈이 없어 장마당에 못 들어가고 길거리에서 장사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죄인 취급하니 오죽하면 안전원들을 보고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들’이라고 욕설을 퍼붓겠느냐”고 반문했다.

“먹고 살아야 하니 3살짜리 아이를 업고 매일 1시간씩 걸어 시내에 갑니다. 그런데 물건을 펼치기도 전에 단속원들이 쫓아와 당장 일어나라고 으름장을 놔요. 그럼 다시 물건을 싸서 다른 곳으로 옮겨 가는데 거기서도 물건을 펼치려고만 하면 또 단속원들이 어디선가 나타나요. 짱짱 내리쬐는 햇볕에 아이를 업고 물건을 팔겠다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저 자신을 보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마음에 맺혀 있던 설움이 폭발하면 입에 거품을 물고 안전원들과 싸우게 되는 거죠.”

시도 때도 없는 단속에 시달리는 노점상들. 현재 이들의 하루 벌이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A 씨는 “하루에 3000원 이상은 벌어야 통강냉이 죽이라도 쒀먹겠는데, 단돈 500원 벌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모든 주민의 생활이 다 나빠졌죠. 그런데 그중에서도 특히 길거리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 더 어려워졌어요. 물건을 팔 수 없게 단속이 진행되면서 죽지 못해 겨우 버티는 고단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단속이 계속돼도 길거리로 나오는 것은 이렇게 해서라도 벌지 않으면 맹물 먹기도 어렵기 때문이에요. 어떻게든 물건을 팔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여야만 하는 실정인 거죠.”

B 씨는 “한 달에 20만 원이라도 벌면 잡곡밥이라도 먹으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하루 수입이 1000원을 넘는 날이 한 달 중 닷새 정도밖에 안 된다”며 “단속 때문에 돈벌이가 더 어려워 죽 먹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쌀 장사꾼들은 3~4일만 외상이 반복되면 더는 외상으로 주지 않아요. 하루에 1000원을 번다해도 강냉이(옥수수) 300g 값인데 그런 날도 손에 꼽아요. 그러니 돈도 없고 외상까지 못 하면 굶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 더욱이 우리 동네는 원래도 생활 수준이 낮았는데 지금은 어느 세대라 할 것 없이 전보다 생활이 더 어려워졌어요. 일부는 먹지 못해 얼굴이 붓고 또 일부는 뼈에 가죽만 붙어있을 정도예요. 이러다 무리죽음 나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드는 날도 있어요. 원래부터 잘 살던 집들은 그래도 잘 살고 중간 정도 되는 집들은 그래도 밥술은 뜨는데 문제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죠. 돈벌이도 마음 놓고 할 수 없으니 참담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