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확대 기대감에도 외화 환율 일제히 하락…이유가?

까다로운 무역 승인이 원인인 듯…지방산업 활성화 위한 수출입계획이 무역지표에 반영돼야

/그래픽=데일리NK

북한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봉쇄 완화와 무역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북한 시장의 외화 환율은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평양의 북한 원·달러는 8180원으로, 직전 조사 때인 지난 9일보다 2.6% 하락했다.

또 23일 기준 평안북도 신의주의 북한 원·달러 환율은 8200원으로 직전 조사 당시보다 2.4% 하락했고, 양강도 혜산도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북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북한 원·위안의 환율은 달러 환율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기준 혜산과 신의주의 북한 원·위안 환율은 1230원, 1240원으로 2주 만에 각각 12.8%, 9.5%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위안 수요가 적은 지역인 평양도 지난 23일 북한 원·위안 환율이 2주 전보다 8.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시장의 외화 환율이 최근 일제히 하락한 것은 당국의 무역 승인이 예상보다 까다롭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 이후 중앙과 지방 무역기관에 수출입 계획을 담은 무역지표를 상위 기관에 제출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 이 무역지표가 승인 돼야 무역에 참여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무역기관이 승인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중국 대방(무역업자)이 석탄을 요구한다면 무역지표에 석탄 갖다 팔고 계획분을 딸라(달러)로 바치겠다고 밝히면 승인이 떨어졌는데 지금은 이런 식으로 지표를 세우면 승인이 안 난다”며 “무역 허가를 받으려면 석탄을 가지고 나가서 팔고 현금에다가 자기가 소속된 지방 어느 공장에 필요한 부속품이나 기계를 들여오겠다는 수입 계획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원회의 이후 국가 경제 정책이 지방산업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무역기관의 수입 계획에 공장기업소의 기계, 부품, 자재 등이 포함돼 있어야 국가에서 무역 승인을 내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방 무역회사들은 과거 중국 무역업자와 거래하던 품목이 특정돼 있어 기계나 부품, 자재 등 새로운 품목을 구해달라고 요구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기계 등을 수입할 경우 이윤을 남기기도 어려워 쉬이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앙당이나 국가기관 소속의 대형 무역회사들은 국가에서 선호하는 수입품에 대한 정보가 빠르고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데다 다양한 품목을 수입한 경험까지 있어 국가로부터 무역 승인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한다.

북한 원·위안 환율 하락폭이 원·달러 환율 하락폭보다 큰 것도 거래에서 주로 위안을 사용하는 지방 무역회사들의 무역 승인율이 달러를 주로 쓰는 대형 무역회사들의 무역 승인율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지방 무역일꾼들 사이에서는 ‘국가가 대형 무역회사만 무역 승인을 내주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일부 지방 무역회사들은 국가의 경제 정책을 빠르게 간파하고 무역지표를 수정해 올려 승인을 받고 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국가 정책에 맞는 무역지표를 가져오지 못하면 승인이 안 나는 거고 지방이라고 하더라도 국가 정책에 맞는 지표를 가져오면 무역을 할 수 있다”며 “다만 지방에서 국가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지표를 올리기가 쉽지 않아 개선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