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시 압록강 주변 세대들에 철거 지시…동거 비용 치솟아

소식통 "코로나19 전에는 아파트 건설·배정 후 철거했지만 지금은 도로 내는 것이 우선"

2018 북한 혜산시
북한 양강도 혜산시 국경 지역.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 국경 연선 주변 살림집 철거 지시가 내려져 동거 집 수요가 상승하고 동거 비용도 덩달아 오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최근 혜산시에서는 동거 비가 많이 올랐다”며 “혜산시 압록강 주변 살림집들에 대한 철거 지시가 떨어지면서 동거 집을 알아보는 주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혜산시 압록강 둑 주변 집들을 철거한다는 포치가 내려졌다. 이번 철거 명단에 오른 대상 세대들은 명령이 떨어지면 하루 이틀 내로 집을 내놔야 한다는 게 특별히 강조됐다는 전언이다.

실제 혜산시 혜장동의 한 인민반에서는 지난 10일 인민반회의를 열고 ‘어느 순간에라도 철거령이 떨어지면 바로 집을 내놓을 수 있게 새집을 받을 동안 살 수 있는 집들을 구하라’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실정에 철거 명단에 든 세대들이 앞다퉈 동거 집 마련에 나서면서 시내 중심부터 외곽까지 전반적으로 동거 비용이 올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혜산 시내 동거 비는 한 달에 중국 돈으로 100위안이었는데 15일 기준 현재는 200위안으로 두 배나 치솟았다”며 “외곽들에서도 30~50위안이던 동거 비가 60~100위안으로 올랐다”고 전했다.

더욱이 철거 명단에 든 세대들은 식량 문제를 겪는 것도 모자라 살 집까지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늘어난 부담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소식통은 “코로나19 전에는 아파트를 건설하고 배정한 뒤에 철거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동거 집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아파트 건설을 시작하지도 않고 철거하겠다는 지시를 내려 철거 대상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양강도는 지난 2016년부터 국경 연선에서 500m 이상 떨어진 곳에 새 아파트를 건설해 국경 연선 주변 주민 세대들에 배정하고, 그들이 살던 살림집을 철거해 도로를 만드는 사업을 진행해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건설 작업이 잠정 중단됐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코로나 전에는 아파트 건설 완공 후 철거하는 순서로 진행됐으나 지금은 국경 연선 주변 집들을 철거하고 도로를 내는 것이 우선순위인 것 같다”며 “결국 이번에 철거될 세대들은 아파트가 완공돼 배정될 때까지 얼마나 동거 집 생활을 해야 할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실정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번 철거 지시는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 형편은 고려하지도 않고 국경을 단단히 하겠다는 목적만들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민들이 한지에 나앉아도 끄떡하지 않으면서 국경을 막는 데는 수단과 방법을 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