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북녘] 말라가는 메콩강-더 어려워진 탈북

동남아시아에 극심한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의 젖줄이자 최대 하천인 메콩강이 바짝 타들어 가고 있다. 약 7000만 명 인구가 메콩강에서 식수와 농업용수를 공급받거나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물 부족으로 주민들은 농사를 짓지 못하고, 퇴적물 고갈 등으로 어류도 급감해서 물고기 잡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황폐해져 가는 메콩강의 상태를 두고 미국은 중국이 동남아의 젖줄을 쥐고 권력을 행사한다고 비판하고, 중국은 이에 대해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량 감소일 뿐 중국의 댐 건설로 가뭄이 발생하는 건 아니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세운 11개의 댐 때문에 하류에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메콩강 상류 중국의 대형 댐과 강 하류 유역의 가뭄 실태를 위성사진에서 찾아보았다.

중국 윈난성 푸얼시 대규모 댐

메콩강 상류인 중국 윈난성 푸얼시 위성사진. 두 개의 강이 만나는 계곡에 물을 가둬놓고 엄청난 크기의 저수지를 조성했다. 그 여파로 하류에 메콩강으로 흐르는 강물의 폭이 대폭 좁아졌다. /사진=구글어스

중국 윈난성 푸얼시 란캉하우 자치현에 설치된 대형 댐이다. 댐의 가로 길이는 1.4km에 이르며, 미얀마 국경 81km 거리에 위치한다. ‘란캉’ 강과 ‘헤이헤’라는 이름의 두 강이 만나는 지점에 댐을 건설하여 물을 가둬놓고 대규모 저수지를 조성하였다. 위성사진에서 보듯이 메콩강으로 향하는 하류 물줄기에서 강폭이 상대적으로 많이 좁아졌음을 알 수 있다.

바닥 드러나는 메콩강 (미얀마라오스 국경지대)

세계적 헤로인 생산지로 유명한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의 메콩강 유역 위성사진. 강물이 줄어들면서 폭이 좁아지고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구글어스

위의 위성사진은 라오스와 미얀마, 태국이 인접한 국경지대로 세계적 헤로인 생산지인 ‘골든 트라이앵글’로 악명을 떨치던 지역이다. 메콩강 물이 줄어들면서 폭이 좁아지고 강바닥이 드러나면서 모래톱 형태의 육지가 나타나고 있다.

이곳은 과거에 마약왕 ‘쿤사’의 사병(私兵) 조직이 장악하고 연간 100만 톤의 생아편을 채취했던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조직이 해체되고 양귀비 대신 녹차나 커피를 재배하면서 카지노와 관광리조트 단지로 개발됐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이곳에는 세력을 잡은 군소 조직이 있어서 마약 재배와 밀매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고, 미얀마 정부도 사실상 이 지역은 손대기 어려운 곳이라고 한다.

중국 티베트에서 발원해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5개국을 거쳐 남중국해로 빠지는 4350km의 메콩강은 ‘강들의 어머니’라고 불리며, 이들 5개 국가의 식수원이자 농업과 공업용수의 대부분을 공급한다. 중국은 1995년부터 부족한 전력 수급과 수자원 확보를 위해 메콩강 상류 지역에 11개의 댐을 쌓았다. 2019년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자 하류에 있는 캄보디아는 어획량이 급감했고, 베트남에선 줄어든 강물 유입에 염도가 높아지면서 수생 생태계가 파괴되고 농업용수가 고갈됐다. 메콩강 가뭄이 중국의 무분별한 댐 건설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이어지지만, 중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것일 뿐 댐은 우기에 물을 저장했다가 건기에 방류해 오히려 가뭄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바닥 드러나는 메콩강 (라오스태국 국경지대)

라오스와 태국 국경을 흐르는 메콩강 유역 위성사진. 물이 줄어들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구글어스

동남아시아 메콩강 유역은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으로 들어오기 위하여 중국 내륙을 지나 목숨을 건 수만 리 장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건너야 하는 죽음의 난코스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메콩강 물이 줄어들어 얕아지고 강폭이 좁아지면 자유를 향한 탈북 행로가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탈북민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메콩강 유역에는 식인 악어들이 살고 있어서 물이 얕아졌다고 걷거나 수영으로 건널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탈북민 이유미 씨의 유튜브 방송에 따르면, 메콩강으로 넘어오던 탈북 행렬 중에는 악어 떼의 습격을 받고 보트가 뒤집혀서 목숨을 잃은 사례도 있다. 보트가 뒤집히면서 한 여자가 끌려 들어갔다고 하는데, 현지 안내인은 “사라진 여자는 생리 중인 것 같고, 그래서 악어들이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든 것”이라고 설명하더란다. 메콩강만 건너면 더 이상 중국 공안에 쫓기거나 숨어다닐 일 없고, 태국 등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은 다음 한국 대사관으로 인계되고 그 후 절차를 밟아 대한민국으로 이송될 일만 남았는데, 자유의 마지막 관문을 눈앞에 두고 메콩강 악어에게 희생된 것이다. 고인께 애달픈 마음과 함께 삼가 깊은 조의를 표한다.

메콩강 물이 마르고 바닥이 드러나면 보트가 건널 수 없어서 중간에 걸어서 건너야 한다는데, 이것이 실상 더 위험하다는 진술이 있다. 곳곳에 악어는 물론이고 이름 모를 독충들이 출몰하는 곳에서 차라리 보트 타고 건너는 것이 더 빠르고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중국의 이기적 수자원 욕심으로 메콩강 물이 고갈되면서 동남아시아 어부와 농민들이 삶과 생활에 고통을 받음은 물론이고, 수만 리 멀리 떨어진 장차 탈북할지도 모를 나머지 북한 사람들의 생명까지도 위협을 받는 것이다.

과거 우리 농촌에는 하늘에서 비가 오기만을 바라보며 농사짓던 천수답 시절이 있었다. 당시 모내기 철에는 논물을 확보하기 위하여 농민들이 밤잠도 못 자고 논에 나가 밤샘하며 지키기도 하고, 내 논에 물을 대기 위하여 남의 논의 물꼬를 텄다가 이웃 간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은 자국의 수자원 욕심만 챙길 게 아니라 이웃 나라 사정도 고려해서 국가 간에 의논하고 조정하는 국제적 협의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 힘센 대국이라고 약소국가를 안하무인으로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국제사회 왕따가 되고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유엔 등 국제사회가 나서서 중재하고 조정해야 할 것인데, 중국이 유엔의 말도 안 들을 테니 어차피 답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국은 덩치만 컸지, 생각은 질풍노도의 철없는 중학교 2학년생 수준인 것 같다. 공자의 나라에서 ‘인(仁)의 가르침’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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