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천보전투 승리 기념하며 우등불모임…내부선 불만 속출

김일성 혁명 역사 강조하며 행사 진행 지시…모내기 중에 불려간 학생들 "이렇게까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지난 60여 년동안 2206만 2000여명의 근로자들과 인민군장병들, 청소년학생들이 보천보혁명전적지를 답사했다”며 관련 사진을 게재했다. 북한은 보천보전투를 김일성 주석의 최대 항일전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난 4일 보천보전투 승리 기념일을 맞아 우등불(모닥불)모임을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보천보전투 승리 기념일을 맞아 대학에서 우등불모임을 조직할 데 대한 중앙의 지시가 내려져 평안남도 도내 대학들도 우등불모임을 진행했다.

앞서 평안남도 당위원회는 도내 모든 대학에 중앙의 지시를 전달하면서 ‘전승절(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인 올해 제국주의 세력에 맞선 김일성의 혁명 역사를 다시금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천보전투 승리 기념일을 뜻깊게 보내야 한다는 사상을 강조했다.

다만 도당은 모내기 전투 마감 단계라는 조건에서 모든 대학이 우등불모임을 조직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몇몇 대학들끼리 합심해 인원이나 자재를 모아 우등불모임을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평성사범대학에는 4개 대학이 모여 우등불모임을 진행했고, 다른 대학들도 주변 대학들과 끼리끼리 모여 우등불모임을 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도당은 우등불모임이 밤에 진행되는 만큼 조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면서 도 청년동맹 일꾼들이 모두 대학들에 내려가 분위기를 조성하라고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실제 평성사범대학에서는 지난 4일 밤 10시부터 불을 지피고 우등불모임을 시작했는데, 나무 부족으로 불길이 이내 사그라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대학생들의 시 낭송과 결의토론 등 행사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됐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대학들에서는 불을 피울 나무를 보장하기 위해 대학생들에게 호소했으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학교에서 수리하기 위해 모아두었던 책상과 걸상 등 아직 쓸만한 교구비품들을 모두 끌어내 불을 지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 쓸 나무들을 모아들이느라 고생한 것에 대한 불만에 더해 가뜩이나 어려운 때에 아까운 교구비품들을 태웠다는 불만도 제기됐다는 것이다.

이밖에 행사에 참가한 대학생들도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우등불모임에 참가하느라 밤중에 모내기 나가 있던 농장에서 대학교까지 이동하고 새벽에 또다시 농촌 현지로 나간 대학생들 속에서는 이렇게까지 하면서 행사를 벌이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