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서울 불바다’는 현재진행형?

미국 애틀랜타 카터 박물관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김일성이 만나는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청룡이 비상한다는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어떤 소망을 바라십니까? 하늘로 웅비하는 용의 기운을 안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하나 되는 평화통일의 소망을 담아봅니다. 저는 2024년 새해 첫날을 미국 애틀랜타에서 맞았습니다. 마침 이곳에서 조지아주 출생인 지미 카터(Jimmy Carter)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카터 박물관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박물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과 만난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1993년 3월, 북한이 NPT 탈퇴 선언을 하며 1차 북핵 위기가 불거졌습니다. 이듬해 3월에는 특사교환을 위한 8차 남북 실무접촉에서 북한 대표인 박영수 조평통 부국장의 이른바 ‘서울 불바다’ 발언이 있었지요.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다. 서울은 불바다가 된다”는 위협은 한반도를 전쟁 발발 직전까지 몰고 갔습니다.

1994년 9월, 미 해군 항공모함 2척과 함정 33척이 원산 인근 동해에 집결해 영변의 핵시설을 공습하려는 계획까지 세우며 한반도 위기는 최고조로 치달았습니다. 바로 그때 카터 전 대통령은 민간인의 신분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을 전격적으로 만났지요. 김일성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고, 판문점을 통해 서울로 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을 만납니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면 만약 그때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일성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경수로를 건설하고 북한이 핵을 폐기했다면 오늘날 한반도 정세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때로부터 약 30년이 지났지만 북핵문제는 현재진행형이며 전쟁의 위협은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12월 노동당 제8기 9차 전원회의 회의에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며 “북남(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라고 말했습니다. 핵무력 강화와 군사정찰 위성 추가 발사 등을 경고하면서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파국을 치닫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30년 전 서울불바다 발언은 오늘에 와서는 “전쟁 준비 완성”이라는 위협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예전보다 북한의 핵무장은 더욱 확장되었으며 한반도 위협의 불씨는 더 강해졌습니다. 3대에 걸친 김씨 일가는 핵무기 하나 손에 움켜쥔 채 끊임없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자신의 군사적 놀음대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2024년 새해 첫날, 김정은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 “우리 국민(북한 주민)은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지도자를 찾고 있다”입니다. 바로 카터 전 대통령이 대선 당시 외쳤던 연설문 가운에 한 구절이지요. 북한에도 이제 김 씨 일가의 독재가 아닌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북한 주민의 생명과 삶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도자의 교체를 과감히 검토해야 합니다.

나아가 한반도 통일을 지향하는 새로운 생각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한반도 분단의 종지부를 찍고 그야말로 헌법적 가치에 기반을 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통일만이 유일한 해법이지요. 2024년 4월 총선은 그래서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을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이제 새로운 리더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리더는 바로 우리의 선택으로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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