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김정은 아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도 현지지지도에 동행했다. /사진=노동신문 뉴스1

최근 김정은 아들에 대한 관심(spotlight)이 커지고 있다. ▲김정은이 딸 주애만 데리고 다니는 것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작하여 ▲급기야 “맏이는 아들이 아니라 딸이다” “아들은 미숙아여서 공개 못하고 있다” 등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아주 흥미롭다.

언론보도의 출처가 김정은과 접촉한 인물 또는 유수 북한 전문가들의 증언·평가여서 그냥 지나칠 수도 없다. 그렇지만 북한 로얄패밀리 신상문제는 초특급 비밀 사안이다. 당사자나 당국이 직접 공개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100% 정확성을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들도 이같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일일이 확인해 주지 않는다.

필자도 추이를 조용히 지켜보려 했다. 평소 저의 지론, 즉 “북한 후계체제는 ①김씨 일가만이 영구세습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②4대 지도자는 5대에서 타성(他姓)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여성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사실 등에 비추어 ③김정은 아들 중에 후계자가 나올 것(시기와 방법만 조정)이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 우리가 요란을 떨 사안이 아니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그렇지만 얼마 전 기자들로부터 관련질문을 받으면서 “가만히 있는 게 꼭 능사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제 나름의 추론을 정리하기로 했다. ‘추론’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글은 제가 근무했었거나, 지금 소속하고 있는 기관·단체의 자료 또는 평가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오롯이 개인 차원의 분석임을 먼저 밝혀 둔다.

김정은 아들 관련 논란

그간 김정은 소생은 2010년생 장남, 2013년생 장녀(김주애), 2017년생 아들 등 3남매(2남 1녀)가 있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다가 김주애가 공개석상에 자주 등장하면서 자녀 수, 후계 구도와 관련 많은 억측과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중 주목되는 것은 ①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등의 《김주애 후계자설》 ②고유환 통일연구원장, 김정은의 1990년대 베른 유학 시 절친인 미카에로, 김정은 집권 이후 4번의 방북 시 동행했던 미국의 은퇴한 농구스타 로드먼의 매니저 볼로 등이 주장하고 있는 《장남 미(未) 확인설》이다.

첫번째, 《김주애 후계자설》은 필자가 기고한 ‘김정은 후계자’(2023.2.13. 데일리NK), ‘김정은 딸 김주애는 카메오’(2022.12.16. 데일리NK)와 『세계로 미래로 통일로』 책자(2023.3 도서출판 북랩) 등을 통해 이미 《김정은 아들로의 후계 구도》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다시 논하지는 않는다.

둘째, 《김정은 장남 미 확인설》은 상당히 흥미롭지만 결정적(smoking gun) 증언이나 판단은 아니다. 김정은에게 직접 ▲장남이 있냐고 물어보았다거나 ▲전체 자녀와 관련해서 말을 들은 게 아니고 ▲단지 면담 시 주애만을 보았다고 서술하거나 추론·판단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한계는 명확하다.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시절 절친인 조아로 미카에로는 2012년 북한에 처음 초대됐을 당시(김 위원장으로부터) 아내가 임신했다는 얘기를 들었고…2013년 다시 방북했지만 딸을 낳았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들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라고 말했다”(2023.5.24. RFA)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26일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는 주애가 맏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주애가) 후계자냐 아니냐는 나중에 후계자가 돼야 확인되는 거지만 후보군에 있다고 본다. 김정은이 김주애를 데리고 다니는 상황은 ‘김일성-김정일 모델’과 유사하다고 말했다”(2023.5.26. 문화일보)

“데니스 로드먼과 함께 4번이나 방북한 매니저 크리스 볼로는 2013년 9월 초 원산 별장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을 포함한 가족들과 일주일 정도를 함께 보냈습니다. 당시 우리는 그의 딸을 안아보고, 그에게 딸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준 첫 번째 사람들이었습니다. 딸은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기였습니다. 기어 다니지도 못할 만큼의 갓난 아이었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의 아들과 관련한 어떤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2023.5.30. RFA)

정부 안보부처 움직임

국가정보기관은 통상 출처 보호와 역정보 공작 등을 고려하여 민감사안에 대해 확인해 주지 않는다(이른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 그렇지만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장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비공개리에 보고한 사실은 확인된 바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3월 국회 정보위에 구체적인 물증은 없지만 첩보상 (첫째가) 아들이 확실하다는 것을 외부정보기관과 정보 공유 등을 통해 확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전했다”(2023.5.26. 연합뉴스)

다만,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가 ‘김정은 아들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에 여지(餘地)를 두는 발언을 하였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러 상황을 볼 때 (북한이) 4대 세습 의지는 있어 보인다고 했다. 다만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정은 아들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김주애 외에는 확인된 바 없다. 이제까진 김주애 위에 아들이 있고 그 밑에 또 자녀가 있는데 성별이 확실치 않다는 것이었지만 김주애라고 불리는 딸 외에는 확인된 것은 없다. (아들의 존재 여부에 대해) 확실하게 그렇다고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2023.2.16. 조선일보)

“정부 고위당국자도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 판단을 전제로 주애 위에 첫째가 있는지, 있다면 아들인지에 대해 확실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2023.5.26. 연합뉴스)

추론 및 결론

필자가 앞서 말한대로 김정은 자녀에 관련한 정보는 초특급 비밀 사안이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배우자와 딸을 공식행사에 수시로 대동하고는 있지만 그 밖의 인물들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태영호 의원은 사실 김정은의 자녀 중 맏이가 딸인지 아들인지 나도 확인할 수 없다. 다만 내가 2016년 여름 대한민국으로 탈북하는 시점까지 나는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을 뿐이다. 그러나 내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해서 김정은의 맏이가 아들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북한 체계상 지도자의 후계자 문제가 결부된 김씨 일가의 자녀에 관한 사항은 철저히 비밀로 고수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2023.2.17. 뉴스1)

최근 불거지고 있는 김정은 장남 존재에 대한 의구심은 지난 2월 권영세 장관의 발언이 시발점이 되었다고 본다. 그렇지만 3월 국가정보원의 국회보고를 바꿀 그 어떤 결정적인 정보, 발표도 지금까지 없다. 혹여나 큰 아들이 없다고 하더라도 정보기관이 공개적으로 말할 사안은 아니다. 정보기관과 행정부처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4년여 전 『김정은 대해부』(2019.4 도서출판 선인) 책자를 저술한 바 있다. 당시 생생한 첩보를 접할 위치에 있지 않았으므로 북한 및 국내외 문헌 분석에 심리학적 접근을 가미하여 내용을 전개하였다. 오늘 다시 한 번 그와 같은 방법을 통해 ‘김정은 장남 존재 여부’를 진단해 볼까 한다.

제 추론의 핵심 골자는 “①김정은 큰 아들이 존재할 개연성이 크며, 지금 막후에서 제왕학 수업을 받고 있을 것이다 ②그런데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의 자녀교육법과는 정반대로 자녀들을 훈육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③김정은이 데리고 다니는 딸은 후계자(successor)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큰 아들이 존재할 가능성

첫째, 가부장적 유교문화(왕조국가)에서는 아들·손주는 결혼의 상징물이다. 김정은은 리설주와 2009년에 결혼했다. 통상 결혼 후 곧바로 아이를 갖는 게 북한문화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이전에는 그러했다. 게다가 피임도 잘 하지 않는데, 2013년생 주애가 첫 아이라면 그 사이 공백이 너무 길다. 셋째까지 놓은 걸로 볼 때 김정은과 리설주가 불임(不姙) 성향일 가능성도 적다.

둘째, 국가정보원의 정보판단 배경이다. 국정원이 2010년생 장남의 존재 가능성에 무게를 둔 데는 다양한 첩보를 종합적으로 평가했었겠지만, 당시 서기실(김씨 일가가 쓰는 사치물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부서)이 출산·유아용 고급물품을 구입하는 동향을 포착한 것이 상당히 작용했을 것이다.

셋째, 딸의 공개 행보를 “아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로 직접 연결짓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딸은 딸이고 아들은 아들이다. 딸은 청년세대·평화·미래(“핵은 후손만대에 물려줄 만능의 보검”)를 상징하는 좋은 소재이고 김정은의 다정다감한 아버지상, 김씨 일가로의 영구세습 당위성도 함께 선전할 수 있는 그 나름의 참신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김정은이 딸이 아니라 아들을 데리고 나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뜩이나 김정은 건강이상설이 수시로 회자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을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월 9일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전날(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야간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 김정일 자녀교육법 개연성

김정은은 어린시절에 물질적으로는 유복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어려운 가운데 성장했다. 할아버지 김일성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손자였고 ▲그래서 평양 관저에서 살지 못하고 원산 등 특각에서 생활해야만 했으며 ▲따라서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사교육(私敎育)만 받았고 ▲당연히 또래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나이 든 경호원·요리사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었으며 ▲게다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스위스 조기유학 길에 올랐다. 쉽지 않은 역정(歷程) 이었다.

그래서 “김정은의 내적 심리에는 서자-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라는 게 필자의 분석판단이다. 이런 심리는 집권 이후 공개활동 시 부인대동, 대중연설, 아버지가 지명한 후견인 조기숙청, 선군노선 폐기 등 김정일과 180도 다른 통치성향을 보이고 있는 데서 잘 나타난다(필자가 출간한 『김정은 대해부』 책자에 상세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김정은은 3대 부자세습에 따라 최고지도자 지위에 올랐다. 따라서 후계자가 선대를 공개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지금 북한은 모든 부문에서 ‘김정은식 나라’로 완전히 탈바꿈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김정은은 지금 아들·딸 교육도 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자녀들을 평양 관저에서 자기와 함께 생활하게 하고 ▲경호원을 외곽에 붙여 일반학교에 등교시키고(또래들과 어울리게 하고) ▲그러면서 특별과외(제왕학 학습)를 보충하고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주애 역할은 한계가 분명

우리 모두 조용히 한번 생각해보자. 부모(권력자)가 어린 나이의 자녀를 후계자로 내정했다면 무엇을 하게 하는 게 상식적일까? 10대는 공부를 한창 해야할 때이다. 외부 공식행사에 돌아다니며 현장경험을 넓힐 때가 아니다. 김주애처럼 이제 갓 10살이 된 아이는 더 더욱 그렇다.

김정은이 지난해부터 딸을 대동하여 공개하는 것은 “김주애가 핵문제에 있어 카메오(cameo: 관객의 이목을 끌기 위해 잠깐 출연하는 유명배우), 김씨 일가 영구집권 후계구도를 당연시하도록 하는 도입부(intro) 역할을 수행하는 데 가장 최적화된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게 합리적인 분석이 아닐까?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김정은은 초고도비만·불안증 등으로 시달리고 있지만 아직은 39세의 젊은 지도자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정은 후계자는 후계자론, 북한정치체제 특성, 과거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큰)아들’이 되는 게 순리이다. 혹여나 2010년생 장남이 없거나 문제가 있다면, 제4대 권력은 2017년생 아들로 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김여정은 백두혈통 관리자 및 김정은의 정치적·정서적 동반자로서 중요한 역할(libero: 고정위치가 없는 핵심플레이어)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 ‘김정은 심리구조’, ‘포스트(post) 김’ 등 보다 구체적인 내용에 관심있는 분은 필자가 저술한 『김정은 대해부』, 『세계로 미래로 통일로』 책자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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