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최근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치료비를 지원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달해 충격을 주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8일 복수의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해외 노동자가 파견된 중국과 러시아 회사들에 지난달 24일 ‘현지 노동자들의 보건의료 관련 사업을 국가에서 돌볼 수 없고 모두 전적으로 자비로 부담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
북한은 수술비나 치료비나 약값을 국가가 책임지는 ‘무상 치료제’를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인해 개인이 스스로 치료하는 ‘의료의 시장화’가 시대 흐름이 됐다. 사회주의 무상의료는 종언을 고했지만, 내부 선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해외 노동자 같은 경우에는 무상 치료는 아니지만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소에서 자금을 대고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 상황을 인지한 북한 당국이 제동에 나선 것으로, 일각에서는 ‘무상 치료제’를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통치자금’ 확보가 시급한 북한 당국이 결국 공민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입원이나 수술, 치료가 불가피하다 해도 노동자들이 돈이 없으면 사업소나 회사, 작업소, 작업반에 국가에 바쳐야 할 계획분에서 도와주는 방식으로 사람을 살리곤 했는데, 조선(북한)에서 이 부분을 강하게 지적하면서 이런 조치를 통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시는 노동자들의 귀에 바로 들어갔고, “국가에 배신감을 느낀다”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한 ‘자부담 증가’에 따라 제대로 된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이달 4일 중국 랴오닝(遼寧)성의 한 식당에서 일하고 있던 북한 접대원 한 명이 급성충수염에 걸려 개인 돈과 빌린 돈을 합쳐 3,000위안(한화 약 55만 원)을 내고 수술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나흘은 입원해야 한다는 병원 권고를 뿌리치고 이틀 만에 급히 퇴원하는 일도 있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북한 노동자 관리급 회사에 파견돼있는 의사들은 이번 지시를 돈벌이를 더 쏠쏠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소식통은 “의사들은 월급(3만 5천 루블, 한화 약 56만 원) 가지고는 돈이 성차지 않으니 환자들이 생기면 침놔주고 뜸 떠주고도 돈을 받고 현지 병원에 데리고 다니면서도 수고비를 받아왔었다”면서 “이번 지시로 개인에게서 확실하게 돈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의사가 중국 말도 잘 못 해 병원 한 번 나가면 통역까지 데리고 가니 개인이 통역비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이번 지시는 노동자들이 자기 나라(북한)에 대한 믿음이 더 무너진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최근 재차 “조국의 지시를 철저히 집행하며 해외에서 어렵게 벌어들이는 외화 국가계획분을 그 어떤 경우라도 다치지(건드리지) 말고 고스란히 조국으로 제때에 철저히 바칠 것이며 건강관리는 개인이 자체로 알아서 대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