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소 간부 진료과 소속 女 간호원의 끔찍했던 2년…그 끝은

[북한 비화] 권력형 성추행 지속되자 간부에게 독극물 먹이고 본인은 극단적 선택

2017년 4월 13일 평양 려명거리 준공식에 참석한 북한의 여군들의 모습.(기사와 무관) /사진=연합

2021년 8월의 어느 여름밤, 어깨에 위생 가방을 멘 4군단 산하 사단 군의소 소속 여성 군인 옥주(가명)가 사단 지휘부 본 청사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본 청사 출입문 앞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옥주의 심장은 두근거렸다.

간부 진료과 담당 간호원인 21살 옥주는 이틀에 한 번꼴로 불면증이 있으니 와달라는 정치부장의 호출을 받았다. 주사를 놔주는 몇 분간 몸 이곳저곳을 만지는 50대 정치부장의 손길을 참는 것은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옥주는 수모를 꾹꾹 참아냈다.

그런 옥주에게 그날 밤은 거사를 치르는 날이었다. 19살부터 2년간 지속된 정치부장의 밤 호출과 불쾌한 접촉에 이골이 난 옥주는 그날 밤 정치부장을 죽이고 자신도 죽을 작정이었다.

고향이 평안남도인 옥주는 어린 시절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살면서 간호원학교를 졸업하고 군에는 노동청년으로 1년 늦게 입대했다. 간호원 자격이 있다고 해도 사단 직속 군의소에 간호원으로 배치받으려면 50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뚫어야 했는데, 별안간 옥주에게 군의소 간호원 배치 명령서가 떨어졌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신병훈련소 지도를 내려왔던 정치부장이 키 170cm, 호리호리한 몸매와 하얀 피부의 옥주를 보고 담당 간호원으로 배치할 것을 지시했던 것이었다.

그 후부터 옥주에게는 끔찍한 나날들이 이어졌다. 2년간 시도 때도 없이 정치부장의 사무실에 불려 가 주사를 놔주면서 성적 쾌락의 대상이 돼야만 했다.

악몽 같은 과거를 곱씹으면서 정치부장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선 옥주는 늘 하던 대로 먼저 정치부장에게 더운 오미자차 한 잔을 따라줬다. 옥주가 준 오미자 차 반 잔을 마시고 사무실 소파에 누운 정치부장은 주사를 맞고 몇 분 뒤 잠이 오는 듯 눈을 끔뻑였다.

그 사이 옥주는 준비해 온 연분홍색 쥐약 앰플 1개를 남은 오미자차에 몰래 넣어 정치부장에게 건넸고, 정치부장은 의심 없이 남은 오미자차를 들이켰다.

옥주는 황급히 정치부장 사무실에서 뛰쳐나와 본 청사 뒤 산기슭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름드리나무 아래 앉아 가지고 있던 쥐약 앰플 4개를 물에 타 마셨다. 옥주는 다음 날 아침 숨진 채 발견됐다.

정치부장은 사건 당일 밤 순찰하던 직일관에 의해 발견돼 응급 위세척을 받고 10일 후 의식을 회복했다. 이후 자신을 죽이려 한 옥주가 숨졌다는 것을 알게 된 정치부장은 특별 지시를 내려 사단 군의소 간부 진료과 담당 간호원들을 전부 하급 부대로 조동 조치했다.

그리고 사망한 옥주의 문건에는 입당시켜달라는 요구를 거절하자 앙심을 품고 독극물을 먹여 정치부장을 죽이려 한 ‘위험분자’라는 내용이 적시됐다.

옥주의 동료들은 당시 차마 입을 떼지 못했으나 제대 후 하나둘 홀로 남겨진 옥주의 어머니를 찾아가 사건의 진실을 이야기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잃은 옥주의 어머니는 그길로 매일 같이 총정치국과 군단 정치부를 찾아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울부짖었다. 옥주는 가고 없지만 딸 같은 여성 군인들이 지금도 당하고 있을 수모를 생각해서였으리라. 그러나 옥주 어머니의 외침에 돌아오는 건 묵묵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