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서 청소년 10여명 공개비판…교화 10년형 선고받기도

전국적으로 공개비판 사업 진행…청소년들에게 공포감 심어 한류 등 자본주의 문화 차단

북한이 제작한 동영상 화면. 범죄를 저지를 사람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비판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양강도에서 지난 3월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를 저지른 청소년 10여명에 대한 공개비판이 진행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북한은 현재 전국적으로 공개비판을 이어가면서 청소년들의 사상적 이완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 양강도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에 “지난 3월 중순 양강도 혜산시 경기장에서 불순녹화물을 시청하거나 남조선(남한)말을 하다가 단속된 청소년 17명에 대한 공개비판이 진행됐다”면서 “여기서 불순녹화물 시청 주동자 청년은 노동교화형 10년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이밖에 다른 청년들은 각각 7년 형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고, 남한식으로 말을 하다 단속된 소년들은 소년교화 2년을 선고받았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앞서 본보는 북한이 제작·배포한 주민교양용 동영상을 입수한 바 있다. 여기에는 범죄를 저지른 평양 시민들을 공개비판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주민 교양용 동영상에 범죄 저지른 평양 시민 추방 사실 공개)

평양시와 마찬가지로 다른 지역에서도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현상을 막기 위한 공개비판 사업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소식통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나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위반자에 대한 공개비판 사업은 2023년 2월 말 내려진 당중앙위원회 지시에 따라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각 도·시·군에서 적발된 건에 따라 진행하여 건별로 중앙에 보고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공개비판 사업은 청소년들을 겨냥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공개비판 행사는 소년단원, 대학생들, 근로 청년들이 참가 대상”이라며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일꾼이 나와 문제 청소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어떤 잘못을 했는지 일일이 나열해 폭로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공개비판 사업은 경기장이나 문화회관에서 대부분 진행되고, 공개비판이 끝나면 비판 대상들에게 노동교화소나 노동단련대 처벌이 내려진다”면서 “그 가족들도 비판을 받기는 하는데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학교나 학급, 소속기관에서 조직별 공개비판을 진행할 때는 잘못을 범한 대상에게 수십 명이 집중비판을 하는 사상투쟁회의가 소집되고, 여기서 본인 비판(자아비판)을 시킨 후 단속된 이들끼리 호상(상호) 비판을 하게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유행하고 한국 말투를 따라 쓰는 사례가 잦아지자 이를 반동적인 행위로 간주해 강도 높게 처벌하는 등 한류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1년 ‘청년교양보장법’,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연달아 채택해 청소년들에 대한 사상 단속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공개비판 사업까지 진행하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공포감을 심어 자본주의 문화에 빠져들지 않도록 강하게 주의를 주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