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교양용 동영상에 범죄 저지른 평양 시민 추방 사실 공개

공포심 극대화로 체제 결속하려는 의도로 풀이…소식통 "자꾸 통제로만 해결하려 해"

북한이 주민 교양용으로 제작한 동영상 화면. 공개 비판장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이 범죄를 저지른 평양 시민을 추방 처벌한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배포했다. 추방 사실을 공개해 주민들의 공포감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데일리NK가 최근 입수한 주민 선전용 영상에는 ‘개인의 재산을 상습적으로 훔치는 자’, ‘여러 차례에 걸쳐 법적 처벌을 받았지만 개준하지 못한 자’ 등 총 5명을 공개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영상에는 이 5명이 군중이 모인 장소에 끌려 나오는 모습도 담겼는데,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목적의 공개 비판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또 영상에는 5명의 이름과 나이, 사는 곳, 직장 직위, 전과 관계(전과 기록) 등이 상세하게 공개됐다. 그리고 이를 조목조목 소개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영상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평양 시민으로, ▲절도 ▲폭행 ▲매음 ▲매음 소개 ▲마약 사용 ▲국가재산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질러 결국 강제 추방됐다.

이에 해당 영상이 평양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주민 교양용으로 제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에서 ‘혁명의 수도’라 불리는 평양에 거주하는 것은 상당한 특권으로 여겨지고 있다. 북한 당국이 다른 지역과 달리 수도 평양 시민들의 주거나 생활문제를 특별히 신경 쓰고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생 동안 평양을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도 더러 있을 정도인데, 그만큼 특권층이라 불리는 평양 시민들이 ‘소개민’(疏開民)으로 전락하고 추방돼 지방에서 살게 되는 일은 사회적 사형선고와 같은 불명예로 치부된다.

북한이 범죄를 저지른 평양 시민들의 신상 정보와 죄과를 낱낱이 밝히고 추방이라는 처벌을 내렸다는 내용까지 담은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한 것은 결국 평양 시민들에게 경종을 울리며 범죄를 예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평양 시민들의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고 체제 결속력을 높이려는 목적인 셈이다.

북한이 주민 교양용으로 제작한 동영상 화면. 범죄를 저지른 주민들이 공개 비판장에 불려나오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또한 영상에는 “앞에서 폭로된 범죄자들의 죄행을 볼 때 사회주의는 총대로만 지키는 것이 아니다”며 “신중하고 존엄 높은 우리의 사회주의제도를 감히 어찌해보려고 발악하는 원수들의 책동에 맞장구를 친 이런 자들은 조금도 참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들을 쓸어버리기 위한 도전을 더욱 강도 높이 공세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면서 “우리의 일심단결을 결사 보위하고 정치적 안정을 철저히 지키는 데 적극 이바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북한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각종 범죄를 뿌리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개인재산 및 국가재산 절도, 마약, 성범죄, 외부 정보 유입·유포 행위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북한 당국의 움직임에 북한 주민들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최근에는) 범죄행위에 따라 형법에 나온 대로 처벌하되 더 엄격한 기준으로 처벌하려 한다”면서 “그래서 주민들도 어떤 범죄를 주의해야 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특히 코로나로 인해 국경이 봉쇄되면서 살기가 막막해지면서 범죄가 상당히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살기는 힘든데 자꾸 통제로만 해결하려고 하니 범죄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