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행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탈북민들이 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은 “최근 중국에서 한국으로 가려고 나섰다가 실패해 다시 집으로 돌아간 탈북민들이 중국인 가족들에게 24시간 감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어 숨이 막힐 정도의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사는 탈북민 A 씨는 중국인 가족들의 감시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A 씨는 지난 1월 살던 집에서 도망쳐 한국행을 시도했다가 결국 공안에 체포돼 한 달간 감옥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후 중국인 가족들은 A 씨가 다시 또 도망칠까 봐 화장실을 갈 때마저도 쫓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이 한국에 가려고 집에서 도망쳤다가 공안에 체포돼 감옥에 가게 되면 중국인 가족들이 다시 받겠다고 동의하고 벌금을 물어야 풀려날 수 있다”며 “그렇게 풀려난 탈북민들은 그 후부터 집에서 갇힌 생활을 하고 돈이 있으면 달아난다는 명목으로 한 푼의 생활비도 받지 못해 심리적, 경제적으로 고통을 겪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중국에 살고 있는 한 탈북민은 “여기서 두 번이나 한국에 가려고 도망쳤다가 두 번 다 공안에 체포됐는데, 이 사람(중국인 동거인)이 벌금을 물어 풀려나긴 했다”며 “그런데 그 후부터는 자기 때문에 살아났다며 전화도 못 하게 하고 다 따라다니며 감시하니 이보다 더한 지옥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행복해지고 잘 살려고 부모·형제를 떠났는데 요즘은 왜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한국 가기가 어려워지는데 언제까지 여기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앞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발생 이후 탈북민들의 한국행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우선 중국 공안의 단속이 강화돼 중국 내에서 신분 없이 이동하기가 만만찮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루트도 공안에 발각돼 체포 위험이 커졌다는 전언이다. 여기에 더해 탈북 브로커 비용이 급증한 데다 브로커들이 선금까지 요구하고 있어 한국행이 한층 어려워졌다고 한다.
소식통은 “코로나 전에는 브로커 비용이 한국 돈 200만 원이고 후불이었는데, 현재는 10배로 올라 2000만 원에 가까워진 데다 브로커들이 선금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것도 가다가 잡히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어 한국으로 보내주겠다는 브로커는 있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탈북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한국행을 바라는 중국 내 탈북민들은 돈이 적게 들면서도 무사히 한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리기만을 고대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달 25일 “2023년 1분기 탈북민 입국자는 남자 5명, 여자 29명으로 총 34명”이라며 “지난해 4분기 입국 인원인 25명에 비해 다소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통일부는 “최근 몇 년간 분기별 편차가 많았던 만큼 증가 추세로 변하고 있는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