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북한 당국이 양곡판매소들에 하달한 운영 세칙이 여러 차례 변경됐으며, 심지어 지역에 따라서는 5번이나 바뀐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여전히 양곡판매소 운영과 관련한 명확한 원칙을 확립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한 달에 1~2번씩 각 지역 양곡판매소에 곡물 저장 방법, 곡물 판매 가격, 곡물 판매 날짜, 1인당 판매량, 자금 관리, 입금 원칙 등이 담긴 세칙을 하달하고 있다.
보통 한 달에 1번씩 세칙이 하달되지만 한 달에 2번 이상 수정된 세칙이 내려오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세칙의 세부 내용 중에서 변동이 잦은 부분은 곡물 판매 가격과 1인당 곡물 판매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위 기관에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정해 각 양곡판매소에 통보하다 보니 시장 가격과 차이가 별로 없거나 반대로 격차가 너무 큰 경우도 발생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취재 결과 현재 양곡판매소의 곡물 판매 가격은 내각 농업위원회와 경제발전위원회, 국가계획위원회 국정가격 제정부서 등 세 기관이 취합된 시장 가격을 바탕으로 적정 수준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지역별 인구 분포가 다를 뿐만 아니라 지역별 곡물 수급량 및 판매 가능 곡물량 집계도 모두 달라 곡물 판매 가격과 1인당 판매량의 적정 수준을 따지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벌방(평야)지대와 산간지대, 도시 등 지역별로 농산물 생산 품목과 양이 각기 달라 상위 기관에서 일괄적으로 판매 가격 등을 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품목별 판매 가격을 일괄적으로 하달하기보다는 가격 하한선과 상한선을 정해주고 그 안에서 도·시·군 인민위원회와 농촌경리위원회가 지역적 상황에 따라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는 문구를 세칙에 새롭게 삽입해 내려보냈다는 전언이다.
앞서 본보는 북한이 현재 전국에 280여 개의 양곡판매소를 설치·운영 중이며 지역별 특성에 따라 감자, 콩, 팥 등 특산물이 판매되기도 한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280여 개 양곡판매소 운영 중…주민 체감 효과는 ‘미미’)
한편 북한 당국은 양곡판매소 운영을 계기로 세대별 구성원과 실거주지, 직장, 배급 여부 등을 재점검하고 이에 대한 정보도 업데이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곡물 이중 판매나 사재기를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양곡판매소에서는 배급제에서 사용됐던 공급표를 기준으로 곡물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배급제는 유명무실화된 상황이지만, 연령과 성별에 따른 규정 배급량을 기준으로 양곡판매소에서 곡물을 판매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 당국이 정한 1일 식량 공급량에 따르면 일반 노동자의 경우 1일 식량 공급량을 700g,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 학생은 400g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예컨대 양곡판매소에서 이달 1회에 15일치의 곡물을 살 수 있도록 허가한다면 일반 노동자의 경우 10.5kg의 쌀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공급량 부족이다. 양곡판매소에서 판매할 수 있는 곡물량은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1인당 5일치만 판매하거나 한 세대당 5kg 이상의 쌀은 살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제한을 두고 있다는 전언이다.
공급 부족으로 양곡판매소에서 살 수 있는 곡물량이 제한돼 있다 보니 국가 식량 판매에 대한 주민들의 체감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