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80여 개 양곡판매소 운영 중…주민 체감 효과는 ‘미미’

러시아서 수입한 통밀, 밀가루도 판매… "시장보다 값 싸지만 질 안 좋고 살 수 있는 양도 적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월 25일 ‘서로 돕고 이끄는 우리 사회의 미풍을 더 활짝 꽃피워나가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어렵고 힘들수록 서로 돕고 위해주는 덕과 정의 힘으로 오늘의 난관을 뚫고나가려는 것은 우리 인민의 가슴 속에 굳게 자리잡은 드팀없는 신조이고 열렬한 지향”이라고 강조하며 한 양곡판매소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양곡판매소를 설치·운영한 지 3년 차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식량 부족 등의 문제로 여전히 큰 역할을 하지 못해 주민 체감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지난 2021년 1월 8차 당대회 이후 식량 가격과 유통을 국가가 통제·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국에 양곡판매소를 설치하고 시장 가격보다 20~30%가량 저렴한 가격에 식량을 공급해오고 있다. 쌀, 옥수수 등 식량 판매를 국가가 주도함으로써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복원하려는 목적에서다.

2일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전국적으로 286개의 양곡판매소를 설치·운영 중이다. 이는 내각 농업위원회의 조사를 바탕으로 당 내부 문건에 명시된 수치라는 설명이다.

평안남도 평성시의 경우 21개 동(洞)마다 1개의 양곡판매소가 설치·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성시에는 행정구역상 13개의 리(里)가 있는데, 리 단위는 농촌 지역으로 농장에서 곡물 분배가 이뤄지기 때문에 양곡판매소가 따로 설치돼 있지 않다고 한다.

한편 북한은 양곡판매소와 별개로 기관 간부들에게 급여 형식으로 식량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식량공급소도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현재 평성시에는 도당, 시당, 도·시 안전국 및 보위부, 교원 공급소 등 10개의 식량공급소가 운영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본보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양곡판매소가 시범적으로 운영됐던 2021년도에는 주민들에게 제공할 식량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각 판매소가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곡물 이외에 설탕이나 조미료 등을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로 곡물류를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중순께 평성의 한 양곡판매소에서는 쌀과 옥수수(강냉이), 통밀, 밀가루 등이 판매됐는데 이 중 통밀과 밀가루는 러시아에서 수입된 것이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양곡판매소는 같은 쌀 종류라고 해도 겉겨가 그대로 있는 벼부터 도정한 입쌀을 각각 따로 판매하고 있으며, 옥수수도 껍질을 벗겨낸 옥수수쌀과 통째 그대로인 통옥수수를 각기 다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또 양강도와 자강도, 함경도 등 북부 지역의 양곡판매소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감자, 콩, 팥 등의 곡물도 판매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식량 수급 상황에 따라 도토리나무가 많은 지역에서는 도토리 가루와 밀을 8:2 비율로 섞어 만든 도토리국수를, 칡 재배가 이뤄지는 지역에서는 칡과 옥수수가루로 만든 칡국수를 판매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북한의 저조한 농업생산량으로 인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곡물 수매에 나서도 양곡판매소에서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을 만큼의 곡물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시장보다는 값이 눅긴(싸긴) 하지만 질이 안 좋고 살 수 있는 양이 너무 적어 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