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NK가 지난해 코로나 대유행 시기 북한 내 확진자 발생과 지역 봉쇄 조치에 관한 내용이 담긴 자료를 입수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12일 국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그리고 14일 오후 6시 기준 북한 전역의 확진자가 168명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그 이후에는 정확한 확진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유열자’(발열자)라는 표현만을 사용해 통계를 제공했다.
다만 본보가 최근 입수한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일일 ‘악성비루스 전파상황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코로나 대유행 시기 수도 평양에서만 최소 22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아울러 본보가 입수한 문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북한은 최소 37개 지역을 봉쇄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8월 “악성 전염병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면서 코로나19 방역전 승리를 선포한 뒤에도 일부 지역을 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코로나 확진자 168명? 평양에서만 최소 220명 확진
본보가 입수한 지난해 7월 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악성비루스 전파상황보고’에는 “지난 4월 25일부터 6월 26일까지 평양시에서 악성 전염병을 경과한 220명을 대상으로 열이 나기 전에 나타난 림상(임상) 증상들을 분석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서 ‘경과한’은 병에 걸렸다가 회복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확진 후 완쾌된 평양시민 220명을 대상으로 감염 전 증상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다는 이야기다. 이는 평양에 최소 22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추론해볼 수 있는 근거다.
또 해당 입수 문서에는 7월 2일 하루 나선시 등에서 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실제 문서에는 “7월 2일 하루 동안에 전국적으로 2690여 명에 대한 PCR 검사를 진행하여 라선시에서 4명이 양성으로 확진됐다”며 “국가과학원 생물공학분원에서 24기지에서 발생한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자 2명에 대한 유전자염기배렬분석을 진행하여 오미크론 변이비루스 ‘BA.2’에 감염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서 24기지는 중국에서 들여온 물자에 대한 검역, 방역, 소독을 대대적으로 하는 의주방역장을 지칭한다.
지난해 최소 37개 지역 봉쇄…삐라 접촉, 유열자 발생 등 배경 다양
아울러 본보가 입수한 문서를 종합한 결과, 북한은 지난해 4월부터 말까지 최소 37개 지역을 봉쇄했다. 확인된 지역은 ▲강원도 평강군 ▲황해북도 린산군 ▲평안북도 삭주군 ▲함경남도 리원군 ▲평양시 순안구역 ▲양강도 혜산시 등이다.
봉쇄 이유는 박쥐 접촉, 미역 밀매, 삐라(대북전단) 접촉, 중국인 접촉 등으로 다양했다.
문서에는 봉쇄 등급이 ▲완전 봉쇄 ▲봉쇄 ▲2급 봉쇄 ▲임시 차단으로 구분돼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 북한 비상방역법에는 지역을 봉쇄하는 경우 정황에 따라 ▲특급 ▲1급 ▲2급 ▲3급으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미뤄 특급이 완전 봉쇄, 3급이 임시 차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입수 문서에 담긴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북한은 지난해 4월 국경 지역인 평안북도 삭주군 창성노동자구에 유열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흘간 해당 지역을 봉쇄했고 5월에는 황해북도 은파군 신촌리 농장원들이 삐라에 접촉했다는 이유로 해당 지역을 2급 봉쇄했다.
또 북한은 지난해 6월 평양시 순안구역 대양동 지역에서 발견된 풍선에 대한 PCR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와 지역을 완전 봉쇄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황해남도 청단군이 봉쇄됐으며 특히 운곡리에는 완전 격폐 조치를 내렸다. 다만 이유나 배경은 언급되지 않았다.
봉쇄 기간은 하루 만에 해제된 지역부터 19일간 지속된 지역까지 다양했다. 북한 비상방역법에 따르면 지역봉쇄 및 해제 문제는 비상설 국가비상방역 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다. 북한은 사안의 경중과 검사 결과에 따라 봉쇄 기간을 달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종식 선언 후에도 지역 봉쇄 지속…올해 초에도 1곳 봉쇄
북한은 지난해 8월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개최하고 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해소됐다며 비상방역전 승리를 선포하고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정상방역체계로 전환했다.
그러나 입수 문서에 따르면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그로부터 보름 뒤인 8월 25일 혜산시를 봉쇄하고 성후동, 혜산동, 혜명동, 혜성동, 탑성동, 련봉1동, 련봉2동을 철저히 격폐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8월 20일 이후 혜산시를 나온 성원들이 평양시에 출입하지 않도록 검열단속을 엄격히 지시하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입수 문서를 통해 평안북도 구성시·대관군·동림군, 황해남도 청단군, 함경남도 검덕지구 등이 지난해 8월 이후 봉쇄됐고, 올해 초에는 개성시 개풍구역이 봉쇄된 것으로도 파악됐다.
북한이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이후에도 지역봉쇄를 지속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