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 쌀값 두 달 연속 하락… 쌀 우선 수입 지시 영향?

값싼 동남아산 안남미 화물열차로 대량 수입…양곡판매소 통해 주민들에게 공급 중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올곡식 비배 관리를 과학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면서 문덕군 용오농장 일꾼들과 농업근로자들이 증산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시장에서 쌀 가격이 두 달 연속 하락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중국을 통한 쌀 수입 확대를 지시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일 양강도 혜산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5800원에 거래됐다. 2주 전인 지난달 19일 조사 가격이 6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3% 하락한 것으로, 혜산 쌀값은 지난 2월 초순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5000원대로 떨어졌다.

신의주 쌀값도 지난 3일 1kg에 5480원으로 조사돼 지난달 19일 조사 때보다 2.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도 쌀 가격이 내렸지만, 혜산이나 신의주보다는 하락폭이 작은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쌀 가격이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지속 하락하고 있는 것은 북한 당국의 쌀 수입량 확대 지시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달부터 쌀 수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랴오닝(療寧)성 단둥(丹東)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북중 화물열차는 90% 이상이 쌀로 채워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있는 북한 무역대표부 상당수도 당국으로부터 ‘화물열차에 쌀 이외에는 아무것도 싣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특별히 지정한 품목이 아니면 무조건 쌀을 우선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쌀 우선 수입 지시를 하달한 것은 평소 군인들에게 배급하는 군량미는 물론이고 유사시를 대비한 군 비상미까지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한 상태에 놓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양곡판매소에서도 주민들에게 판매할 곡물을 한 달에 한 번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어떤 종류든 쌀이면 무조건 수입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북한은 지난 2월부터 중국 대방(무역업자)이나 북한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는 중국 공장들에 후원금 명목으로 돈이나 쌀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값싼 노동력 제공하니 후원금 내라는 北…中 공장들에 ‘갑질’)

이런 가운데 현재 북중 화물열차에 가장 많이 실리는 쌀은 중국산보다 값이 저렴한 동남아산 장립종 쌀(안남미)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중국산 쌀이 1kg에 8~10위안 정도에 거래된다면 동남아산 안남미는 4~5위안 정도로 반값 수준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북한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많은 양을 구매할 수 있는 동남아 쌀을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각 지역 양곡판매소를 통해 주민들에게 안남미를 판매했다. 안남미는 시장의 북한산 쌀보다 2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됐지만, 내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국이 수입가보다 비싼 가격에 쌀을 되팔았다는 비판도 나왔다는 전언이다.

한편, 북한은 4월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앞두고 지난 3일부터 각 기관의 간부들을 중심으로 곡물, 생선, 육류 등의 선물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은 4월 15일 이전에 전국적으로 명절 선물 명목의 식량 판매를 실시할 계획이어서 시장 곡물 가격은 당분간 계속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