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여름, 북한 자강도 성간교화소 교화인 전체가 교화소 마당에 긴급 집합했다. 한창 징벌과제 수행을 해야 하는 오후 1시에 교화소 밖으로 출역했던 교화인들이 줄을 지어 교화소 앞마당에 모였고, 곧 이들 앞에 교화소 소장이 나타났다.
사회안전성 교화국에서 발행하는 ‘개준신문’ 한 장을 손에 들고나온 교화소장은 마당 맨바닥에 줄 맞춰 앉은 교화인들을 둘러보고는 연단에 마련된 책상 앞에 앉더니 “중요한 일을 긴급 포치한다”며 입을 뗐다.
그는 “경애하는 원수님의 배려로 최근 내년도(2022년) 대사가 있다는 것을 교화반 선생님들 통해 다 들었을 것”이라며 “교화소 징벌과제 수행과 개준 생활에 모범적인 자들에 대한 당과 국가의 크나큰 혜택임을 명심하고 내년 대사 때까지 제기됨 없이 일을 잘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손에 있던 개준신문 한 장을 높이 들더니 “이게 뭔지 아는가. 너희들 중에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작년 봄에 출소된 중강군 사는 젊은 남자애 하나 있는데, 그 X이 징벌과제 수행과 위대성 학습을 잘해서 기사가 난 작년도 신문”이라며 본격적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교화소장은 “이 X은 밀수죄로 교화형 2년을 받고 여기 입소했다가 형기 단축 6개월을 받아 1년 6개월 교화 생활하고 나갔다”며 “재생의 기회를 준 당과 국가의 배려에 작년도 출소 되자마자 악성 전염병으로 국경을 봉쇄하고 있음에도 중강군에서 밀수로 물건 받으면서 성경책을 반입하는 반국가범죄 행위를 저질렀”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너희들 중에 내년도 대사를 받고 형기가 감형되면 바로 출소하거나 얼마 안 돼서 출소될 사람들도 있을 것인데 이 X처럼 나가자마자 법조 위반 행위로 또 잡혀 오지 말라. 이 X을 담당했던 교화반 안전원 선생이나 우리 교화소가 지금 간첩X을 하나 키워낸 것으로 됐다”고 고함을 질렀다.
교화소장에 따르면 20대 중반 남성 김모 씨는 교화소 출소 후 집에 돌아가 자신의 뒷바라지로 빚을 지고 있던 누나 부부를 도우려 과거 해왔던 밀수에 다시 손을 댔다. 그는 중국 손전화(휴대전화)를 빌려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 대방에 전화를 걸었고 한 번만 도와달라 간청해 밀수를 단행했다.
심지어 당시는 북한이 코로나로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었지만, 김 씨는 이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국경경비대 군관의 비호 아래 압록강을 건너가 중국 대방에게서 짐을 받아오기까지 했다. 그렇게 해서 1만 위안과 생필품, 한국 라면과 김 등 식료품이 든 박스를 가져왔는데, 맨 밑에 성경책이 들어있었던 것이었다.
당장은 큰 문제 없이 지나갔으나 그로부터 이틀 후 교화출소자들을 잘 감시하라는 임무를 받은 중강군 보위부 정보원이 수상쩍음을 느끼고 신고해 군 보위부 반탐과가 출동했다. 이후 가택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성경책이 발견돼 김 씨는 다시 붙잡히게 됐다.
교화소장은 이 일을 설명하고는 “성경책 반입은 우리의 체제 전복을 노리는 적들에게 항복하고 당과 국가에 정면 도전하는 반역 행위다. 이 X은 몇 푼의 돈에 눈이 멀어 신성한 우리 영토에 성경책을 끌어들인 것으로 사형감”이라며 “내년에 대사를 받으면 이 X처럼 죄를 짓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교화소장의 연설은 성간교화소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사회안전성 교화국의 조직적 명령으로 전국 교화소들에서 동시에 이 같은 연설이 진행됐다. 교화출소자들의 재범 사례가 근절되지 않자 김 씨의 성경책 밀반입 사건을 예로 들어 교화인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려는 의도였다.
결국 밀수로 성경책을 들여온 김 씨는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간 것으로 전해졌고, 그의 누나 부부도 중강군에서 퇴거 조치돼 국경과 멀리 떨어진 평안남도 개천군 보부리로 추방됐다.
그러나 이후 김 씨의 사연을 아는 국경 주민들 속에서는 “인민 생활이 개선되지 않는 한 국경 연선에서 태어나 평생 밀수로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는 다 감옥에 갈 각오를 하고, 한발을 감옥에 들여다 놓고 살아야 한다”며 처지를 한탄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