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길에서 담배 피는 주민들 가리켜 “천박한 사람들” 맹비난

'사회주의 생활양식' 확립 강조하는 동영상 제작·배포… “투쟁 도수 높여 비문화적 요소 짓뭉개야”

북한이 주민들의 ‘사회주의 생활양식’ 확립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한 사상교육 동영상의 한 장면. 북한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등의 모습을 ‘문화 소양이 천박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주민들에게 ‘사회주의 생활양식’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상교육 동영상을 제작해 배포했다. 북한은 이 동영상을 통해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 주민들을 가리켜 ‘천박한 사람들’이라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데일리NK가 입수한 관련 영상의 초반부에는 “고상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생활양식, 참된 예의 도덕이 꽃피워 갈 때 우리 사회는 더 밝고 따뜻해지며 더욱더 문명해질 것”라는 여성 성우의 내레이션과 함께 고층 빌딩들이 늘어선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와 깨끗하게 정돈된 거리의 모습이 화면에 비친다.

그러나 이내 배경 음악이 사라지고 “수도 시민의 고상한 본분과 자각을 망각하고 되는대로 생활하면서 건전한 분위기를 흐리게 하고 문명한 생활 창조에 저의를 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오면서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 남성, 마스크를 내린 채 길거리에 서서 담배 피우는 남성,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 남성의 사진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어 사례들을 하나씩 조명하면서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한다.

영상은 먼저 3대혁명전시관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남성 두 명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성우는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모양이 참 꼴불견”이라며 “번갈아 가면서 가래침까지 내뱉고 있는데 생활 습관이 너절하고 문화적 소양이 말할 수 없이 천박한 사람들”이라고 강하게 비판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성우는 지난 2020년 11월 제정된 금연법 시행 규칙을 언급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공공장소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고 정해진 장소에서만 흡연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금연법에 따른 시행 규정이 발표되고 그것을 자각적으로 지키기 위한 전사회적인 분위기가 서가고 있는 오늘, 아직도 공공장소에서 담배 연기를 내뿜다 못해 가래침을 뱉고 꽁초마저 바닥에 비벼끄며 몰상식하게 놀아대는 동무들을 어떻게 공민으로서의 자각이 있다고 하겠냐”며 “공민적 자각, 초보적인 준법의식조차 없는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영상에는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모두 청년들이었다”며 청년들의 비도덕적이고 비문화적인 행동을 꼬집는 내용도 등장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런 행위를 더는 말로 타이르고 교양할 때가 아니”라며 “전사회적, 조직적, 군중적으로 투쟁의 도수를 부쩍 높여서 이러한 낡고 뒤떨어져진 생활 관습과 비문화적인 요소들을 단호히 짓뭉개 버려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북한이 주민들의 ‘사회주의 생활양식’ 확립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한 사상교육 동영상의 한 장면. 북한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등의 모습을 ‘문화 소양이 천박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사진=데일리NK

이와 관련해 이승주 전환기정의원킹그룹(TJWG) 프로파일러(정치학 박사)는 “북한 당국은 단정하지 못하고 풍기문란한 모든 행동을 자본주의 생활양식으로 보고 있다”며 “단정하지 못한 외모나 행동 등 주민들의 사소한 생활 모습까지 지적하고 통제함으로써 ‘도덕적’이고 ‘고상한’ 사회주의를 선전하고, 동시에 내부 기강을 다잡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당 영상에는 문제 행동을 한 주민들을 몰래 촬영한 장면들이 편집돼 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주민들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 없이 얼굴이 그대로 공개됐다. 이에 미뤄 영상에 등장하는 주민들이 이미 처벌받았거나 직장 등 소속 기관에서 정치적 불이익을 받았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렇듯 주민들이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지속 교양하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9월 ‘사회주의 생활양식’이라는 제목의 정치용어해설에서 “경제 건설에만 치중하면서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확립하기 위한 사업을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원수의 총구 앞에서 조는 것과 같은 자멸 행위”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