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구매 비용 떠넘기는 유치원…학부모들 원성 자자

북한, 올해 새 학기부터 유치원 컴퓨터 교육과정 도입… "원생 1인당 30만원씩 내라" 강요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본부유치원.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유치원들이 원생들에 대한 컴퓨터 교육을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컴퓨터 구매 비용을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최근 함흥시 유치원들에서 원생들 컴퓨터 교육에 필요하다며 돈을 걷고 있다”면서 “오는 4월부터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 과정이 도입돼 유치원들이 컴퓨터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올해 새 학년도부터 유치원들에 컴퓨터 교육과정을 도입함에 따라 유치원들에서 컴퓨터 구매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이달 초 함흥시 사포구역의 한 유치원에서는 교육용 컴퓨터 구입을 내세워 원생 1명당 30만 원씩 낼 것을 학부모들에게 포치했다.

이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무슨 돈을 내라는 것이냐”며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경제난에 한 끼를 제대로 챙겨 먹기도 어려운 실정에서 30만 원이라는 큰돈을 내라고 하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을 반대할 사람은 없다”면서 “다만 이는 교육 부문에서 나서서 해야 할 문제이지 학부형 개개인에게 비용을 떠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시작으로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자급자족, 자력갱생의 원칙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유치원생 컴퓨터 교육안은 국가에서 내놓은 것이지만, 컴퓨터 구매는 유치원들이 자체적으로 해야 하다 보니 그 부담이 학부모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 북한에서는 교원들에 대한 배급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어서 학부모들이 별수 없이 교원들의 생계유지를 위해서도 일정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학부형들이 언제까지 교원들을 먹여 살릴 수는 없고, 국가 정책의 하나로 진행되는 사업에 돈을 바칠 수는 없다”며 “이번만큼은 교육 부문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