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내려진 북한의 야간통행금지 조치로 청소년들이 패싸움하는 사례는 현저히 줄어들고 한국 영화나 드라마 시청 등 외부 문화 콘텐츠 소비는 더 늘어났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코로나 이후 야간통행금지 조치로 청진시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남학생들 속에서 패싸움이 사라졌다”며 “대신 남조선(남한) 영화가 유행하고 있어 학생들이 남조선 영화나 드라마에 더 집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청진시 고급중학교 학생들은 코로나 이전 무리 지어 싸우는 일을 일삼아왔다. 수업이 끝나고 오후 5~6시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몸에 칼을 차고 무리 지어 다니면서 같은 학교 다른 반 학생들이나 다른 학교 학생들과 패싸움을 벌여왔다는 것.
그래서 부모들은 자식이 조금이라도 집에 늦게 들어오면 패싸움에 가담했을까 불안해하고, 학교 교사들은 자기 반 학생들이 패싸움을 벌여 문제시되면 시 교육부에 불러 다니고 비판 무대에 올라야 해 매일 같이 학생들에게 무리 지어 싸우지 말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코로나 이전 청진시 부모들은 어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이 지냈다”며 “자식들이 맞고 들어오거나 그렇지 않으면 다른 학생을 심하게 때려 그 부모들이 집에 찾아와 온갖 욕설을 퍼붓고 손해배상을 내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야간통행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저녁 6시 이후로 길거리를 다니지 못하게 되면서 고급중학교 학생들이 무리 지어 패싸움할 대신 옹기종기 모여 카드 게임을 하거나 함께 영화를 본다는 전언이다. 특히 북한이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한국 영상물에 눈을 뜨면서 최근에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 시청이 청소년들의 밤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 청진시의 한 고급중학교 학생들은 끼리끼리 모여 자신들이 본 한국 영화 줄거리에 대해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액션 장면을 따라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영화를 보지 못하면 대화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라 어떻게든 영상을 구해 보려 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소식통은 “요즘 애들은 어떻게 돼 먹었는지 무서운 걸 모른다”면서 “남조선 영화를 비롯한 불순녹화물을 보다가 단속되면 중한 처벌을 받는 것을 알면서도 잡아갈 테면 잡아가라는 식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패싸움이 사라져 걱정이 줄었던 부모들이 이제는 자식들의 남조선 영화 시청 때문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며 “자식들이 고급중학교에 올라가면 고삐 풀린 송아지처럼 통제 불능이 돼 버려 부모들이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