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전①] 꽃제비 숙소로 전락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미완공 건물 곳곳에 ‘인분’ 천지…北, 지난달 건설지휘부에 건설 일정 계획표 수립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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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식 집권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10년간 김 위원장은 인민 생활 향상과 경제 발전을 최우선에 두고 의료·관광·상업·산업·주거 시설 등 각종 시설 건설에 주력하며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해왔습니다. 데일리NK는 김 위원장 집권 10년 동안 ‘치적사업’으로 일컬어진 이 시설들의 건설 과정을 돌아보고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주민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이 시설에 대한 북한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 조명해보는 ‘김치전: 김정은 치적사업의 전말’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원산갈마해안지구 건설 현장.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표적인 역점 사업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원산갈마해안광지구 건설을 최단기간 내에 완공해야 한다’고 언급한 후 수차례 현지 시찰에 나서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사실 북한 당국은 2018년 남북,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를 계기로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관광상품을 개발해 외화벌이 창구를 확대하려 했다. 이를 위해 북한 당국은 야간 공사까지 진행하면서 1년여 만인 2019년 4월 15일(김일성 생일·태양절)까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최단기간 내에’ 완공하려 했지만 건설 자재 부족 등의 문제로 완공 시점을 연기했다.

결국 북한은 2020년 4월 15일까지로 완공 시점을 제시했으나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고 국경봉쇄 등 강력한 방역정책이 실시되면서 관광 준비 사업도 자연스럽게 중단됐다.

코로나로 인해 북한 당국의 역점 사업이 ‘관광’에서 ‘보건’으로 옮겨지면서 2020년 4월에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삼지연관광지구에 투입됐던 인력 대부분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으로 옮겨갔다.

이후 코로나 사태 3년 동안 사실상 방치 상태에 있었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현재 거처 없는 꽃제비들이 드나들 만큼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관 유리도 없고 미장도 안 돼 폐허를 연상케 하지만 꽃제비들에게는 한겨울 한파를 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되고 있다는 게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겉에서는 다 지은 것 같아 보여도 건물 안에 들어가 보면 공사판 그대로”라며 “꽃제비들이 싸놓고 간 똥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 변소간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7총국 24여단 직속 부대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남아 시설물 관리를 하고 있으나 면적이 방대하고 건물이 150여 동이 넘다 보니 한 개 대대가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원산갈마해안광광지구에는 기초 철골 공사 도중 작업이 중단된 건물도 간혹 눈에 띄지만, 건물 외부 건설은 90% 완성된 상태라고 한다. 건물 내부는 전체 건물의 50% 이상이 기본 미장만 돼 있는 수준이어서 내부 공사까지 마무리하려면 공사 기간이 꽤 걸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김 위원장이 직접 속도전을 강조한 사업이어서 과거 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군 병력뿐만 아니라 각 지역 돌격대와 단위·기관별 노력 등 여러 단위에서 인력 지원이 이뤄졌는데, 이 때문에 내부에서는 건설 공정 수준이 들쑥날쑥하다는 문제도 제기된 바 있다.

2018년 건설 초기 단계부터 건설 인력이 수시로 교체되고 미숙련 인력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현장 시공이 설계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계획대로 작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2019년 연말총화에서는 원산갈마해안광광지구 설계책임자와 현장 총책임자가 보직 해임됐고 건설 전문 부대 병력을 현지에 고정 투입한다는 결정이 내려졌으나 이듬해 코로나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이 같은 결정도 유야무야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지구를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11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캡처

이런 가운데 북한은 최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재개와 관련된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지난달 말 7총국 24여단 건설지휘부에 원산갈마해안광광지구의 완공을 위해 필요한 장비와 자재가 무엇인지, 건설 인력은 얼마나 필요한지를 요해해 새로운 건설 일정 계획표를 수립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고 전했다.

이에 미뤄 북한은 조만간 원산갈마해안광광지구의 새 완공 기일을 대내적으로 선포하고 본격적으로 공사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국경봉쇄를 해제하지 않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 3년 동안 경제난이 심화한 상황이어서 대북제재를 피해 합법적으로 외화를 벌 수 있는 창구인 관광 사업을 서둘러 재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강원도 주민들은 원산갈마해안광지구 공사 재개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공사를 시작하려면 공사장 내·외부 정리가 필요한데, 여기에 인근 주민들이 동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강원도 주민은 “출입문을 달아 놓지 않은 건물은 꽃제비들 집결지가 돼서 여기저기 오물이며 불 피운 그을음까지 가득한데 그걸 다 누가 치우겠냐”며 “결국 강원도 사람들이 노력 동원될 텐데 언제 문을 열지도 모르고 관광객들이 실제로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사업에 괜한 노력과 돈만 갖다 붓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