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강국의 민낯?…북한 군, 식량 부족으로 훈련 기간 단축 결정

평남 한 지방군, 군량미 부족에 15일→5일로 축소...소식통 "대책 요구에 상급은 욕설로 화답"

폭풍군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3년 조선인민군 제1973군부대 산하 2대대를 시찰했다. 1973군부대는 평안남도에 있는 11군단(폭풍군단) 산하 특수부대로, 이 부대는 서울 침투 등 후방교란 임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매체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 발사 성공 등을 거론하며 연일 ‘군사 강국’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부대에서 식량부족으로 인해 훈련 기간을 단축하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성적인 식량 부족을 겪어왔지만, 올해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 보인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방군 부대들에서 12월 새 학년도 훈련이 시작됐다”면서 “그렇지만 식량부족으로 인해 부대가 제대로 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 학년도 훈련은 북한군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동계 군사 훈련을 가르킨다. 북한군은 매년 1기(12월~3월, 동계 훈련)와 2기(7월~9월, 하계 훈련)로 나눠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군의 매년 정기 훈련은 최고사령관 명령에 따라 군(軍) 사상교육과 대규모 군사훈련이 동시 진행된다.

이와 관련, 올해 동계 훈련은 지난달 21일 ‘2022~2023년 새 학년도 작전 및 전투 정치 훈련 과업에 대하여’라는 명령이 최고사령관 명의로 전군에 하달됐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北, 동기훈련 진입…최고사령부 ‘철도기동미사일부대’ 콕 집었다)

통상적으로 북한군은 동계 훈련 기간 중 12월에는 주둔지 인근에서 중대급의 소규모로 훈련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동계 훈련을 준비하는 일부 부대에서 식량 부족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은 “평안남도 지역에 있는 한 지방군은 15일 예견된(예정된) 집체훈련을 식량부족 문제 때문에 5일로 축소했다”면서 “상당수의 연대급 부대가 식량문제로 상당한 애로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급에 해당 문제에 대해 보고하고 대책에 관해서 물었지만 돌아온 것은 욕설과 추궁뿐이었다”면서 “상급에서는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할 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 문제를 겪고 있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본지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양강도 군부대들에는 식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소식통은 올해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양강도 주변 군대에서 식량을 감자로 대체해야하는 처지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동기훈련 앞두고 지휘관 회의 진행… “군인들 잘 먹이라” 강조)

북한 매체들도 식량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지난 12일 “이른 봄철부터 가을까지 온 한해 가물과 큰물(홍수), 우박과 냉해를 비롯한 재해성 기상현상이 지속해 나타나고 해비침률(일조율)이 대단히 낮았다”며 “특히 8월 말부터 9월 중순 사이 때아니게 들이닥친 냉해는 농업근로자들 누구나 이야기하는 것처럼 태풍이 여러 번 분 것보다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국경 봉쇄와 대북 제재까지 겹쳐 식량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식량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업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소식통은 “지방군들은 올해 군량미를 계획의 50%도 받지 못했다”면서 “훈련을 시작할 때는 그나마 지방 인민위원회와 경영위원회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렇지만 도와주는 것도 한도가 있다”면서 “올해 식량부족이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곡물을 수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21일 중국 해관총서 발표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중국에서 북한으로 유입된 쌀의 양이 3만 172톤으로 금액은 1283만 달러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을 폐쇄한 이후 최대 규모다. 여기에 북한은 중국산 밀가루도 6596톤, 약 238만 2천 달러 상당을 수입했다. 다만 북한의 11월 무역총액은 10월에 비해 약 18% 감소했다. 무역 총액은 크게 감소한 반면 식량 수입은 상당히 늘렸던 셈이다.

※새 학년도 전투정치훈련=북한 군에서 사용하는 군사 전문 용어다.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북한 군의 동계훈련을 ‘새 년도 전투정치훈련’으로 표현하고 있어 군 내부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차이가 난다. 북한 군이 ‘새 학년도’라고 쓰는 이유는 이 훈련이 군사 훈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정치, 군사, 전문상학(강의) 등 종합적인 전투력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