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양강도 주둔 10군단이 내달 1일부터 시작되는 인민군 동기훈련을 앞두고 군인들에게 풍성한 식탁을 마련해주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지휘관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8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9일 양강도 주둔 10군단에서는 여단장 이상급 지휘관 회의가 진행됐다.
이 회의에서는 동기훈련 준비상태에 대한 보고와 제기되는 문제, 당면 과업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회의에서는 동기훈련을 앞둔 상황에서 군인들이 훈련에 대한 바른 인식과 자세를 가지도록 정치 교양 사업을 실속있게 진행하며, 후방사업은 곧 정치사업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군인들의 식생활을 개선하는데 모든 역량을 강화하라는 점이 강조됐다는 전언이다.
실제 이 자리에서 한 지휘관은 군인들을 잘 먹여야 한다며 동기훈련 첫날 군인 한 사람당 돼지고기 150g씩을 무조건 먹이고 휴일에는 ‘병사의 날’을 통해 군인들이 고향 생각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0군단 예하 267사단과 268사단에서는 동기훈련 첫날 군인들에게 먹일 돼지고기 구입에 나섰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이번 회의에 참가한 일부 지휘관들 속에서는 “당장 식량도 부족한데 군인들을 잘 먹이라는 지시만 내리면 문제가 해결되는가”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한 지휘관은 “군인들을 잘 먹이고 입히는 게 좋은 줄 누가 모르겠나”라며 “수백명을 책임진 지휘관으로서 먹지 못해 비틀거리는 군인들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우리도 답답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다른 지휘관도 “동기훈련 첫날에 돼지고기 먹이기도 힘들 줄 몰랐다”면서 “도둑질을 하던 외상을 하던 군인들에게 고기를 먹이고 싶어도 인근 지역에 돼지가 없어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10군단은 동기훈련 개시 전 군인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식량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실정에서 각종 준비사업까지 해야 하는 군 지휘관들은 녹록치 않은 여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가을이라고 하지만 현재 양강도 군부대들에는 식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형편”이라면서 “더욱이 11월부터 내년도 1월까지 양강도 주둔 보병 군부대들에 감자로 식량을 대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지면서 현재 군인들이 감자밥을 먹고 있어 일부 구분대에서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군인들이 탈영까지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도 군 지휘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군인들의 생활 조건을 보장해주라는 황당한 지시만 계속 내리고 있다”며 “식량 공급 미진으로 군인들이 병들어가고 있는데 답이 없는 회의만 계속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