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북녘] 북한의 축구장과 월드컵 개최 가능성

카타르월드컵이 디에고 마라도나에 이어 리오넬 메시가 신계에 등극을 하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이 개막되기 직전 국제축구연맹(FIFA) 잔니 인판티노 회장은 “북한도 원한다면 월드컵 개최가 가능하다”고 언급하여 주목을 끌은 바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 말을 하면서 카타르월드컵 대회 준비 과정에서 노동자 인권 등을 무시한 사례들이 속속 공개돼 대회를 보이콧 해야 한다는 일부 비난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고 한다. “FIFA는 축구 단체이지 정치 단체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북한같이 열악한 인권 국가에서도 얼마든지 월드컵을 열 수 있다는 의미에서 최악의 대상 국가로 북한을 빗댄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김여정이 나서서 인판티노 회장을 ‘삶은 문어 대가리’라고 조롱이라도 하며, 마땅히 일갈하고 따져서 항의해야 할 자존심 상하는 비유인 것이다.

2026년 월드컵은 북중미에서 캐나다, 미국, 멕시코 3개국이 공동으로 개최하며, 참가팀도 기존 32개 팀에서 48개 팀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늘어난 출전권과 함께 다음 대회에서는 남북한이 같이 진출할 것을 기대하면서 북한의 주요 축구 경기장 2곳을 위성사진으로 살펴보고 또한, 월드컵 북한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능라도 5.1 경기장

그림 1. 평양 대동강 능라도에 세워진 5.1 경기장 모습이다. ‘능라’는 능수버들이 비단을 풀어놓은 듯 아름답다는 의미라고 한다. /사진=구글어스 캡처

그림 1은 평양 능라도 대동강 변에 있는 5.1 경기장이다. 인터넷 보도에 의하면, 놀랍게도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장이라고 한다. 진위 여부를 떠나서 흥미를 유발하는 기사임에 틀림없다. 1989년 5월 1일 준공됐으며 6,874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만들어진 최대 1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의 축구장이라고 한다.

5.1 경기장은 88 서울올림픽 개최에 충격을 받은 북한이 경쟁적 호승심으로 지은 것이라고 하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리랑 공연’ 집단체조가 이곳에서 열렸다. 2000년 10월에는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김정일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돌아가서 “전제정치가 10만 명을 춤추게 했다”고 희화화했던 곳이다. 또한, 2007년에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이곳에서 공연을 관람했고, 2018년 9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곳에서 행한 연설에서 자신을 ‘남측 대통령’이라고 소개하여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던 곳이다. 이 경기장은 시설이 인조잔디 구장이라는 게 문제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축구 경기 등을 개최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천연잔디보다 마찰력이 높고 탄성이 낮아 선수들 발목과 무릎 부상 위험이 높다. 인조잔디에서 슬라이딩 태클을 하다가는 허벅지에 큰 화상을 입을 수 있는 ‘B급 경기장’이다.

김일성 경기장

그림 2. 평양시 모란봉 기슭에 있는 김일성 경기장은 인조잔디 구장으로 건설됐다. 수천 명 인원이 매스게임 연습을 자주 하면 천연잔디는 버텨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은 원정팀의 무덤’으로도 불린다. /사진=구글어스 캡처

또 다른 축구장으로 평양 개선문 옆에 김일성 경기장이 있다. 평양시 모란봉구역 개선동에 있는데, 이곳에서도 10만여 명의 집단체조 행사가 열렸다. 이곳은 이란의 ‘아자디 스타디움’과 같이 축구 원정팀의 무덤이라고 하는데, 북한은 이곳에서 17년째 ‘무패행진’을 기록 중이라고 한다. 인조잔디 구장인 데다가 홈 어드밴티지를 이용한 홈 관중의 극렬한 응원으로 일본이 과거에 이곳에서 0-1로 졌고, 이란은 2005년 3월 북한에 2-0으로 이겼는데, 당시 이란 선수들이 이기고도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월드컵 축구 남북 지역 예선 일화

3년 전에 있었던 월드컵 축구 예선 남북 경기를 되짚어 봤다. 아시아 2차 예선이 2019년 10월 15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개최됐다. 경기가 얼마나 격렬하고 과열됐던지 “축구가 아닌 전투”를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북한 선수들은 공이 아닌 사람을 보고 깊은 태클을 했다는데, 남한 선수 다리 부러뜨리려 아주 작심하고 덤벼든 것 같다. 그러니까, 스포츠가 아니고 그냥 남조선에 대한 증오심과 적개심으로 똘똘 뭉쳐서 축구를 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남한 선수가 과열된 경기를 가라앉히려고 북한 선수에게 “축구 합시다아~”하고 자제를 촉구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이 “이게 축구야, XX야!”와 함께 “@#$%&”라는 온갖 욕설이 튀어나오더란다. 우리 선수들이 당시 얼마나 황당하고 겁이 났을까 가히 상상이 갈 것 같다.

한국과 북한의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달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관중석이 텅 비어 있는 가운데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당시 평양 남북 경기는 무관중, 무중계로 진행이 됐는데,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고, 손흥민 등 우리 선수들이 부상이나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온 게 천만다행이라는 언론의 사설이 있었다. 대한축구협회에서는 당시 휴대폰으로 촬영한 경기 동영상을 입수해서 검토를 했는데, 부적절하다고 판단이 돼서 일반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 경기 내내 거친 경기와 험한 욕설로 점철이 됐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후일 회고록을 쓴다면, 이 남북한 경기를 어떻게 회상할지 궁금하다. 한편, 다른 아시아팀도 평양 원정경기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갖는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선수들이 두려움에 위축되어 평양에서 동료 간 호텔방을 같이 사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란은 북한에 2:0으로 이겼을 때, 흥분한 북한 관중이 이란 선수단 경기장 퇴장을 막아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국제 경기 북한 개최에 대한 생각

이제, 국제 스포츠 경기 북한 개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겠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은 북측에 일부 경기 분산 개최 제안을 했다. 그렇지만, 북한은 응답이 없었다. 북한이 월드컵 경기를 개최할 준비가 안 됐고 또한, 세계 극성팬들의 광적인 길거리 응원문화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월드컵 경기가 북한에서 열린다면, 북한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변화를 줄 것이다. 페이스 페인팅, 괴기스런 응원 복장, 그리고 자유분방한 세계 젊은이들 포효하는 모습은 세계를 놀라게 하는 게 아니고, 도리어 북한 사회를 놀라게 하고 충격에 빠트릴 것이다. 북한은 세계 기자단과 응원단, 관광객들을 통제하고 활동을 감시하려 하겠지만, 국제 자유 사회는 이에 순응하거나 그냥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외국 방송 기자들은 개최지 뒷골목 이모저모 사회상도 함께 취재하려 할 것이다. 기자단은 물론 응원단과 세계 관광객들을 돌아다니지 못하게 그냥 경기장과 숙소에만 가두어 둘 수는 없다. 여기에 북한이 월드컵을 개최하기 곤란한 딜레마와 깊은 고민이 있는 것이다.

국제 스포츠 행사 북한 개최는 2010년 튀니지 민중혁명인 ‘쟈스민 바람’이 평양에도 부는 계기가 될 수 있고, 폐쇄사회가 세계 자유 모습에 눈뜨고 자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것은 서방 세계 자유의 물결이 유입되는 것이고, 이는 총칼보다 무섭고 미국의 죽음의 전략 폭격기 B-1B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세상에 부럼 없어라” “사회주의 지상낙원” 등에 호도되고 세뇌되어 거짓에 속아 살아왔다는 걸 깨닫는 게 두려운 것이다. 한편, 탈북민들 증언에 의하면, 북한에서 폭동이나 반란, 시민혁명 따위는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한다. 폐쇄사회에 나고 자라서, 바깥세상 모르고 살아왔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북한처럼 다 그렇게 사는 줄 안다는 것이다. 위대한 지도자 영도력 덕분에 “수령복, 장군복, 대장복”을 타고나서 북한은 그나마 낫게 산다고 오래도록 주입돼서 정말로 그렇게 믿는단다.

국제 스포츠 대회 남북 공동 개최 제안

월드컵 축구나 올림픽 대회 또는 아시안 게임 등에서 남북 공동 개최를 적극 제안한다. 단, 조건이 있다. 사실상 이게 중요한 건데, 세계 각국 기자단의 방송취재를 통제하지 말고, 또한 응원단과 관광객들에게 자유여행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수용할 수 없는 난감한 조건이 될 게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절충안도 가능하다. 방송취재, 관광 및 여행을 평양과 개최 도시에만 제한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북한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험적이고 달갑지 않은 제안이 될 게 분명하다. 한편, 위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대한민국이 북한에 경기장과 관련 시설을 지어줘도 좋다는 생각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해서라면 그것도 분명 ‘남는 장사’가 될 것이고, 북한 사회와 주민들 인식 변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어떠한 절충안도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것이 자체 정권 붕괴로 이어질 것을 그곳 집권층들은 너무 잘 알 것이다.

북한이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은 주민들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입을 막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 다리도 묶어놔서 여행도 자유롭게 못하게 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2024년 동계 청소년올림픽을 평창과 강릉에서 개최한다. 이에 대해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는 이 대회를 남북 공동으로 개최하자고 제안을 했다. 북한이 이를 수락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마 십중팔구 북한은 못 들은 척 대꾸도 안 할 것으로 본다. 필자의 어리석은 짐작이 틀리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남북한이 월드컵이나 올림픽 또는 아시안 게임을 공동으로 개최해서 우리 국민들이 북한에 자유로이 구경 가는 날이 속히 오기를 고대하면서 2023년 신년 소망의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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