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일꾼들 앞에서 대놓고 국가 비난하다 ‘말반동’으로 체포돼

양정사업소 수매과장 술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하다 '말반동' 몰려…정치범수용소행 가능성 커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에 설치된 다용도 온실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평안북도 구장군의 양정사업소 수매과장이 국가를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보위부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평안북도 구장군 양정사업소에서 수매과장을 하는 50대 초반 남성이 국가정책에 대한 인식을 혼란하게 하면서 민심을 소란케 한 것으로 보위부에 체포돼 현재 예심 중에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수매과장은 9~10월 구장군의 가을걷이 시기에 현장 답사를 하면서 농장일꾼들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여기에서 정치적으로 문제시될 발언을 해 보위부에 붙잡히게 됐다.

실제 이 수매과장은 술자리에서 농장이 국가에 진 빚을 갚아야 내년도 농사에 필요한 영농물자들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걱정하는 농장일꾼들에게 국가를 직설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알곡 생산을 높이고 식생활을 흰쌀밥과 밀가루 음식 위주로 바꾸며 농민들이 지고 있는 부채를 국가가 면제해준다고 한 올해 초 당의 결정에 대해 잊어버렸나”라며 “국가에서 당겨쓸 수 있는 만큼 당겨쓰면서 버티다 보면 또 국가에서 면제해줄 것이니 당정책을 잘 살펴보고 그냥 적당히 잘 꿔다 먹으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면서 그는 “솔직히 당신들이 자기 집 농사를 짓지 않고 국가 농사하는데 쓰는 영농물자인데 이는 국가가 응당 해야 할 일이지 왜 농장에서 이렇게 속상해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더해 이 수매과장은 “농촌을 다 개인농화 하면 되는데 무슨 분조관리제냐”면서 북한의 협동농장 운영 방식을 꼬집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그는 “비료부터 비닐 박막, 농약, 호미날까지도 모두 농장이 자체로 사거나 꿔다가 농사짓는 판인데 차라리 농장 관리위원회를 폐지하고 가족 단위 개인농으로 밭을 나눠주면 도시에서도 다 농촌으로 와서 살 것이다”라면서 “작년보다 올해 더 오른 수매계획 양을 제시할 때 나도 속이 안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수매과장은 이 같은 발언들을 한 곳에서만 한 게 아니라 여러 농장 현장을 답사하면서 여기저기서 반복적으로 했고, 결국 술자리에 있었던 여러 사람을 통해 보고돼 ‘당정책을 악용한 악질 말반동’으로 몰려 10월 말 보위부에 체포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발언을 한 것으로 붙잡힌 이 수매과장은 현재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달 중순 보위부가 수매과장의 아내를 찾아와 남편이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가게 될 예정이니 이혼에 동의할 것이냐며 물어 왔다”며 “보위부는 이혼문건까지 가지고 와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이혼을 결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권고했고, 만일 이혼하지 않으면 가족이 전부 관리소에 가게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