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사회 전반의 허위 보고를 차단하기 위해 ‘허풍방지법’을 제정한 가운데 주민들은 이를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법, 현실과 동떨어진 법이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허풍방지법은 내각 결정을 비준과업으로 올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준을 받아 집행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허풍방지법 전문에 따르면 해당 법은 2022년 5월 31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채택됐다.
이에 따르면 허풍방지법 제1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허풍방지법은 전 국가적, 전 사회적으로 허풍을 치는 현상과의 투쟁을 강하게 벌어 국가의 정책을 정확히 집행하고 인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이바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허풍방지법은 모든 단위, 분야에 다 해당하는 조항을 넣어 포괄적으로 전 국가에 누적된 케케묵은 낡은 사상 잔재를 타파하고 앞으로 나가려는 목적”이라면서 “반복되는 악순환으로 인해 국가와 인민이 손해와 피해를 보고 정책이 흐트러진다는 판단에서 법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농업 부문에서 생산(분조)→종합(관리위원회)→보고(경영,경리위원회)→수매(양정사업소)→보관(해당 양곡기관) 과정을 거쳐 중앙(내각 농업위원회)에 최종 보고, 집계되기까지 끊임없는 부정부패가 발생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을 만든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는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먹는 문제를 국가 주도로 확실히 알고 다뤄야 하는데 양정 보관 지표가 제대로 된 곳이 없다”면서 “중앙이 전 국가적 범위에서 모든 사항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한 법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허풍방지법은 일반 주민들보다 관계기관 일꾼들에게 상세한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많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허풍방지법의 내용은 일반 주민들은 정확히 모르고 해당 단위 일꾼들과 가족들이 포치를 받아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법이 현실과 부합되는지 잘 고려하지도 않고 뚝딱 만든 듯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을 만들 때는 최소한 현실 담당자들을 참가시키거나 그들의 의견을 들여다 봐야 한다”며 “지난 10년간 숫자(통계)를 잘 살펴보면 이런 종잇장 같은 법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생산량 등 결과를 허위로 보고할 수밖에 없는 아래 단위의 실정을 반영하지 않은 법령이라는 지적이다.
이어 소식통은 “주변 일꾼들도 ‘법이 우리나라에 좀 많은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면서 “다만 법은 법인만큼 걸리지(적발되지) 않게 조심해야 하고 시범겜(본보기)만 안 걸리면 된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또 다른 소식통은 “일반 주민들이나 (허풍방지법을) 잘 모르고 농장 분조장이나 작업반장과 같이 초급일꾼들까지는 대체로 알고 있다”면서 “허풍방지법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나라 경제가 어려운 원인이 당과 수령, 국가를 속이는 간부들 때문이니 그런 자들을 걸러내서 경제문제로 더는 원수님께 심려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허풍은 국가가 인민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조금만 참고 견디면 잘사는 날이 온다고 수십 년간 인민들을 속이고 간부들 얼굴에만 개기름이 번지르르한데 이제와서 허풍 타령을 한다”며 비아냥거리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한편 허풍방지법은 총 5장, 49조로 이뤄져 있으며 이 중 처벌에 관해서는 4개 조항으로 명시돼 있다. 허풍방지법에 따른 주요 처벌은 ▲자격정지 ▲자격박탈 ▲경고 ▲엄중경고 ▲무보수노동 ▲노동교양 ▲강직 ▲해임 ▲철직 등이며, 법에 해당한 위반 사항이 범죄로 이어질 시에는 형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앞서 본보는 지난 17일 황해남도 지역의 한 농장 관리일꾼이 허위 보고로 혁명화 처벌을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이 사례에서 허풍방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농장 관리일꾼 허위 보고로 ‘혁명화’ 처벌…허풍방지법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