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 ‘어머니날’을 ‘눈물의 날’로 불러…왜?

올해 어머니날 씁쓸한 분위기로 지내…자식도 부모도 미한함과 죄책감에 눈물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어머니날’을 맞아 “조국의 미래와 사회주의 대가정의 부흥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들을 축하한다”면서 어머니날을 맞은 각지의 풍경을 소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기념하면서 축하 분위기를 띄웠지만, 정작 내부 주민들은 어머니날을 ‘눈물의 날’이라 부르며 씁쓸하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자강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강계시 주민들은 어머니날을 눈물의 날로 바꿔 불렀다”면서 “어머니날 자식들은 자식 노릇을 못 했다는 죄책감에, 어머니들은 부모 구실을 못 했다는 죄책감에 서로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11월 16일이면 자식들이 어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축하장을 쓰거나 꽃다발 등 여러 가지 선물을 마련해 드리고, 맛있는 음식으로 밥상을 채우며 명절 분위기를 낸다.

그런데 올해 어머니날에는 경제난에 선물을 마련하지 못한 자녀들이 어머니들에 손편지나 구두 인사만 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어머니들도 자식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올해 어머니날은 그 어느 때보다 씁쓸한 분위기 속에서 눈물바다를 이루는 가정이 많았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어머니날에 자녀들은 어머니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지 못해 미안해하고, 어머니들은 명절을 축하하는 자녀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미안해했다”며 “서로가 즐거워야 할 명절인 어머니날이 그래서 눈물의 날이 돼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강계시 남천동에 사는 한 주민은 어머니날에 “저를 낳아 주고 키워줘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한 8살 아이를 부여잡고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해 미안하다”며 밤새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동의 한 주민도 16살 아들에게서 “어머니날 축하합니다”라는 인사말을 듣고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한창 먹을 나이에 끼니도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한데다 겨울이 다가왔어도 제대로 된 동복(패딩) 하나 사 입히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눈물을 보였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나라에서 어머니들의 수고를 헤아리고 기리기 위해 어머니날을 지정하고 명절을 뜻깊게 보내라고 하고 있지만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어머니날은 눈물의 날이 돼 버렸다”면서 “실제 어머니들은 눈물 속에 어머니날을 보냈는데 티비(TV)에서는 어머니들이 기쁨에 넘쳐 명절을 보냈다는 황당한 선전을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