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포커스] 김정은과 시진핑의 닮은꼴 정치와 내밀한 공조

북중정상회담
2019년 6월 평양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지난 제19차 당대회(2017년)시 시진핑(習近平)의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사상’을 당장(당규약)에 명시한 중국은 이번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에서는 당장에 ‘두 개의 확립’과 ‘두 개의 수호’를 포함시켰는데, 이는 시진핑의 핵심지위와 그의 사상수호를 가리키는 것으로 시진핑의 일인 통치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다.

지난 24일자 노동신문도 중국의 제20차 공산당 당대회 관련한 사설을 실으면서 당대회의 결과, 즉 시진핑이 총서기 3연임을 하게 된 것이 그의 정력적인 영도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는데, 이는 북한식 표현으로 ‘시진핑의 유일적영도체계’ 완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는 막연하게 시진핑과 김정은의 정치 행위 및 통치 스타일, 권력장악 과정이 매우 유사하고 서로 답습하고 모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견해를 갖게 되었는데, 위의 중국공산당 제20차 당 대회 관련 노동신문 사설을 보면서 좀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크게 ‘독자적인 혁명사상 제시’, ‘군사전략의 긴밀한 공조’로 나누어 그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독자적인 혁명사상 제시: 김정은이 모방

글 서두에 기술한 것처럼, 시진핑이 제시한 그의 독자적인 사상 ‘신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사상’은 중국공산당 제19차 대회 시에 공포되었고 당장에 명시되었다. 이전의 사상(중국특색의 사회주의사상)에 ‘신시대’라는 용어가 첨가되었을 뿐이지만 제20차 당대회에서는 시진핑이 2012년 총서기가 된 이후 10년 동안 중국의 백년목표 중 첫 번째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했다.

중국이 국가목표로 내세운 백년목표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에 ‘전면적 소강사회 실현’과 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건설’ 달성이다. 이 두 가지 목표 중 첫 번째 목표가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사상’으로 실현되었다고 제20차 당 대회에서 선언한 것이다.

이처럼, 중국이 지도자로서의 시진핑의 위대성 중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바로 새로운 사상을 제시한 지도자이다. 중국의 백년대계 목표 중 첫 번째 목표가 시진핑의 사상으로 구현되었다고 할 때, 시진핑의 3연임을 정면으로 거부할 인사가 누가 있었겠는가. 장기집권을 목표로 한 시진핑으로서는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제2의 마오쩌둥(毛澤東)을 꿈꾸는 시진핑에게는 마오쩌둥처럼 자신만의 독자적인 사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사실, 2017년 시진핑의 사상이 당장에 포함될 때부터 그의 장기집권 시스템이 구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진핑의 정치행위 및 권력장악 과정을 지켜봤을 김정은은 그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고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정권을 승계한 직후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주창하면서 유훈통치를 강하게 작동시켰던 김정은은 2014년 북한의 국가목표를 ‘백두산대국’으로 정하면서 백두혈통을 강조하며 유훈통치를 자신의 권력 안착의 수단으로 삼았었다.

이러한 정치적 패턴은 제8차 당 대회 전까지 유지되었었다. 2020년 정치구호를 ‘정면돌파의 해’로 삼고 자신을 외세에 굴하지 않는 ‘견인불발’의 지도자로 각인시키면서도 지도이념은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내세웠던 김정은이다.

그러던 그의 북한이 2021년 제8차 당대회를 열어 김정은의 독자적인 사상을 채택하고 당규약에 명시했으며 이후부터 ‘김정은의 혁명사상’이라는 용어가 노동신문의 지면을 도배하게 되었다. 북한은 김정일주의를 ‘김정일애국주의’로 부르는 것처럼, 김정은의 혁명사상이 정확히 어떤 것이라고 아직까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김정은주의가 전 영역, 전 부분에 실현되고 있다고 25일자 노동신문 논설(제목: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는 탁월한 사상리론으로 혁명을 승리에로 이끄시는 위대한 수령이시다)에서는 주장하고 있었다.

이 논설에서 김정은의 혁명사상의 본질은 위민헌신을 근본 핵으로 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라고 적시했지만, 김정은주의를 ‘인민대중제일주의’라고 밝힌 것이라고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왜냐하면, 노동신문의 또 다른 사설에서는 김정은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정식화했다고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아직 북한이 김정은주의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떻든,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의 사상이 제시되면서 김정은은 총비서에 추대되고 ‘인민적 수령’의 지위도 확보하게 되었다. 수령의 역할 중에 가장 큰 것이 새로운 사상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노동신문에서 여러차례 밝히고 있는 만큼 김정은은 자신의 혁명사상을 내세우면서 북한에서 최고 존엄, 최고 통치자의 상징인 ‘수령’으로 불리게 되었고 ‘김정은의 유일적영도체계’가 완성되었던 것이다.

단지, 김정은이 시진핑보다 더 늦게 독자적인 사상을 제시했다고 해서 모방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면 그리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이다. 단편적으로 보면, 그동안 유훈통치를 고수하던 김정은이 김정일의 직함이었던 ‘총비서’와 김일성의 대표적 상징이자 지위였던 ‘수령’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엄청난 결단이 필요했던 일이다.

이런 결단은 자신도 시진핑처럼 독자적인 사상을 제시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발현되지 않았을까. 그 길만이 권력의 공고화를 넘어 절대적인 권력을 향유하는 방법임을 체감했을 것이다. 특히,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져 민심이 이반되는 내부상황은 김정은을 더욱 이 길로 몰아갔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김정은의 권력은 절대화되었고 북한의 전형적인 충성구호인 ‘수령결사옹위’에 김정은이 포함되게 되었다.

김정은이 시진핑의 정치행위를 답습했다는 근거로 필자는 24일자 노동신문 사설의 내용을 제시해본다. 사설에서는 김정은과 시진핑의 각별한 관심 속에 두 당 사이에 ‘전략적의사소통’과 ‘전략전술적협동’이 이뤄진다고 하였다. 이것은 양국이 서로 당의 전략과 활동 및 정치행위 등에 대해, 특히 지도자 지위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한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2017년 시진핑의 사상이 제시되었을 때 북한은 이점에 대해 매우 관심을 같고 연구를 깊이 했을 것이고 2021년에 과감히 유훈통치체제를 탈피하는 도전을 감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 간 군사전략의 긴밀한 조율 및 공조

한편, 최고지도자의 강력한 권위 및 지위는 시진핑보다 김정은이 먼저 선점했다. 앞서 기술한 대로 김정은은 총비서에 추대되면서 ‘인민적 수령’의 지위를 확보했다. 북한에서의 ‘수령’은 권력의 최고정점을 가리키는 지도자의 대표적 상징이다. 김정은은 사상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무소불위 권력을 차지하였다.

하지만, 시진핑은 독자적인 사상을 제시했지만, 그의 일인지배체제로의 권력 구축은 이번 제20차 당 대회에서야 비로소 달성되었다. 시진핑도 북한의 제8차 당대회 이후 김정은이 절대적 권력자로 부상하는 것을 목격했을 것이고 두 당 사이에서는 이 점에 대해서도 서로 긴밀한 소통을 했을 것이다. 그 결과 이번 20차 당 대회에서 중국공산당은 당장에 시진핑의 ‘핵심지위’를 삽입했을 것이다. 물론, 김정은의 총비서처럼, 총서기의 임기를 무제한으로 전환시킨 것은 아니지만 장기집권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분명하다.

다음 북한과 중국이 상호간 긴밀하게 소통하고 조율하는 또 하나는 군사전략이다. 근래 북한의 수십 차례의 군사도발이 가능했던 것도 중국과의 사전 조율 속에 중국이 든든한 뒷배가 되며 북한을 비호해 준다는 확신성 때문이다.

24일자 사설에서는 복잡한 국제정세속에서 조중친선관계를 ‘전투적 우의’, ‘혈연적 유대’로 표현하며 두 나라는 생사고락을 같이하고 있다고 하며 그 어떤 정세변화와 도전에도 양국의 관계는 끄떡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국의 당대회 개최 기간에는 조용히 있다가 당대회가 끝난 다음 날 곧바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군사적 긴장의 수위를 높이며 대결국면을 한층 높이는 전략도 여기에 해당된다. 제7차 핵 실험을 시도를 위한 상황조성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조중 간 군사적 전략이 긴밀하게 공조되는 것을 보면, 북한의 제7차 핵 실험 시기 조율도 서로 타진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을 보내게 된다. 모르긴 몰라도 북한이 독불장군식으로 7차 핵 실험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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