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준비 시기 이용해 길거리 장사 소탕…장사꾼들 ‘아우성’

청진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 무자비한 단속 벌여…이미 수십명 걸려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메뚜기장. /사진=데일리NK

청진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가 주민들의 월동준비가 한창인 현시기를 길거리 장사꾼 소탕 기회로 삼아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청진시의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이하 반사비사 연합지휘부)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주민들의 월동준비 기간을 이용해 역전이나 골목, 시장 주변에서 월동준비 물건들을 파는 길거리 장사꾼들을 소탕하려고 보충 인원까지 동원해 13일부터 달라붙었다”고 전했다.

실제 청진시 반사비사 연합지휘부는 주요 타격 거점들을 정해 시장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물품을 가지고 돌아다니며 판매하는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단속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요 타격 거점은 청진역전, 수남역전, 송평역전, 라남역전 등 역전들과 각 시장 주변들로, 반사비사 연합지휘부는 장사가 허가되지 않은 이런 곳들에서 배추, 무 등 김장용 채소나 땔감, 구멍탄 등 난방용품을 파는 자들을 무조건 단속해 물건을 빼앗고 잡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단속 대상들은 돈이 없어 시장 매대를 구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면서 장사하는 가난한 주민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사람들을 메뚜기 장사꾼이라고 부르는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그들의 생활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다”고 전했다.

청진시 반사비사 연합지휘부는 이런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모르지 않음에도 안전원들에 더해 실습을 내려온 사회안전성 정치대학 학생들까지 모두 끌어모아 ‘법관의 기질을 보여주라’며 강한 단속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반사비사 연합지휘부는 청진시의 길거리 장사꾼들은 단고기(개고기)같이 질긴 정신으로 먹고살겠다고 하고 있다면서 사정을 봐주지 말고 단속해 물건을 회수하며 무자비하게 일망 소탕해야 한다고 단속자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런 무자비한 단속에 길거리 장사꾼들은 “잘 먹고 잘사는 형편이면 이 추운 날에 배추, 무 구루마(수레)를 끌고 거리를 헤매겠는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고 겨울나이(겨울나기) 준비도 해야 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며 아우성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주민들은 “중국 손전화(휴대전화)를 쓰거나 한국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싹 다 잡아내 어지간히 사라져 할 일이 없어지니 이제는 주민들이 장사하는 것까지 위협한다”면서 반사비사 연합지휘부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소식통에 따르면 청진시에서는 단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3일과 14일 이틀 동안에만 40여 명의 주민이 단속됐고, 단속을 피해 도망치다 엎어져 다치는 주민들도 허다하게 발생했다.

소식통은 “애기를 업고 장사에 나선 한 여성은 물건을 이고 뛰다가 넘어져 물건도 다 쏟고 무릎까지 크게 다쳤다”며 “이 때문에 현재 장사에 나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