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러시아 내 무역 사무소 설립 준비 중…북·러 ‘밀착’ 확대

정유·식료품 수입 경로 다각화 움직임…신냉전 구도 속에서 대북제재 돌파 시도

북러 정상회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비호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무력화된 틈을 타 북러 간 밀착이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21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 현지에 무역 사업소를 신설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평양에 무역 본사를 두고 있으면서 러시아 각지에 사업소를 설치해 수출입 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즉, 러시아 무역 사업소 설치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러시아산 밀가루 등 식가공류와 휘발유, 디젤유, LPG(액화석유가스)와 같은 에너지 제품 수입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현재 대외경제성과 건설지도국 등 러시아 인력 파견에 실무 역할을 해온 기관들이 주축이 돼 현지에 파견할 간부와 실무자를 선발하고 있으며, 무역 사업소를 설치할 지역에 대한 심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무역 사업소 설치 가능성이 큰 지역은 현재 북한 노동자들이 많이 체류하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러시아 내 6곳에 무역 지사를 설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곧 해당 지역에 대한 실사도 이뤄질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사실 북한과 러시아는 서로에게 실효성 있는 무역 상대국이 아니었다. 북한 입장에서 러시아산 제품보다 값싸고 다양한 물건이 있는 중국이 거리상 더 가까이에 있고, 러시아 입장에서도 북한에서 수입할 만한 물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무기와 자금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을 지지할 우방국이 필요한 러시아와 극심한 경제난으로 값싼 정유 제품과 식료품 수입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북한 간의 밀착이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안보리는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최근 연이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추가 대북 제재 결의 채택은 물론 규탄 성명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미·중, 미·러 간 대립에서 비롯된 신냉전 구도에서 북한은 대북 제재를 뚫고 정유제품 수입 및 외화 확보 경로 다각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북한은 이달 초 나선특별시의 무역일꾼 및 무역 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실시했다. 러시아와의 무역 교두보인 나선 지역을 코로나 백신 접종 대상지에 포함시킨 것은 북러 무역 확대 계획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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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한 당국은 지난 8월 러시아로부터 밀을 수입한 데 이어 이달에는 휘발유와 디젤유, LPG 가스 등을 수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평양 일부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가스 가격이 대폭 인하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평양 주민들 사이에서는 “내년 3월까지 쓸 수 있는 가스를 이번에 로씨야(러시아)로부터 받았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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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북한 내부에서는 ‘러시아에 힘을 실어준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식량과 연유(燃油) 등을 제공 받았다’는 이야기가 지속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역 4곳의 주민투표 결과와 영토 병합을 인정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고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