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러시아로부터 밀을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 내부에서는 당국이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세력이 세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LPR)을 독립국으로 공식 인정한 대가로 지원받은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24일 평안남도와 황해남도 등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한 내 일부 지역의 양정사업소는 러시아산 통밀을 공급받아 이를 분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러시아산 밀은 북한에서 재배된 밀과 달리 낟알이 크고 질이 좋아 한눈에 봐도 수입품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다만 이번에 러시아에서 들어온 밀은 햇밀이 아니라 1년 이상 묵은 밀로 보여 러시아가 상품(上品)을 보낸 것 같지는 않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통밀의 겉껍질을 벗겨낸 밀쌀로 밥을 지어 먹기도 하는데 각 양정사업소는 이번에 수입한 밀을 대부분 가루로 분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낟알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공급하면 주민들 사이에 밀의 출처를 놓고 뒷말이 나올 수 있어 주민 공급용 밀을 가루로 분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러시아에서 수입된 밀은 북한 정권수립일인 9·9절을 전후해 군부대나 군수 관련 기관에 공급되거나 일부는 국가식량판매소를 통해 일반 주민들에게 판매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에서는 러시아산 밀가루에 올 상반기에 생산된 국산 밀을 소량 섞어 함께 공급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5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전국적으로 논벼와 밭벼 재배 면적을 늘리며 밀, 보리 파종 면적을 2배 이상으로 보장하고 정보당 수확고를 높여 인민들에게 흰쌀과 밀가루를 보장함으로써 식생활을 문명하게 개선해나갈 수 있는 조건을 지어주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옥수수 농사를 축소하고 밀과 보리 파종 면적을 확대해왔으나 농자재 및 영농 기술 부족, 가뭄과 폭우 등 자연재해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밀 수확량이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김정은 밀·보리 수확 강조했지만 현장선 ‘낫’도 부족…식량난 가중?)
이 때문에 일부 협동농장들에서는 “원래대로 강냉이(옥수수)를 심었으면 가을(수확)할 게 많았을 것”이라는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 농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김 위원장의 체면을 세우려 당국이 러시아에서 밀을 수입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유류, 가스 등 에너지 자원도 수입했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 러시아와 인접한 국경 지역을 통해 들여왔고, 유류와 가스는 이미 평양으로 운송돼 각 기관에 배분됐다는 것이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북한이 친러 세력의 독립국 수립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인정한 것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가 물자를 지원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 고위 소식통은 “외부 소식을 듣는 간부들은 공화국(북한)이 도네쯔크(도네츠크)와 루간스크(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한 것을 비롯해 로씨야(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조로(북러) 간 물자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