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밀·보리 수확 강조했지만 현장선 ‘낫’도 부족…식량난 가중?

소식통 "밀·보리 파종 면적 30% 확대됐지만 종자부족·가뭄 악재에 작황도 좋지 않아"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황해남도 협동벌들이 밀·보릿가을로 부글부글 끓어 번지고 있다”며 “도당위원회 지도 밑에 시·군 당 조직들에선 정치사업 무대를 협동벌로 정하고 집중적인 사상 공세를 벌여 밀·보릿가을에 산악같이 떨쳐나선 일꾼들과 농업 근로자들의 열의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에 따르면 북한 대부분의 농장에서 인력과 농기계 부족으로 밀·보리 수확이 적기에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에서 밀·보리 수확이 결속돼야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확이 제대로 시작되지 않은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인력 및 농기계 부족 등의 이유로 밀·보리 수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21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6월 중순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밀과 보리 수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최근 평안남도 농촌경영위원회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각 농장의 수확 상황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도당위원회 조직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해당 회의에는 평안남도 각 시·군 농촌경영위원회 위원장들과 농기계공장 지배인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당위원회 조직부장은 시·군 위원장들을 차례로 일으켜 세워 밀·보리 수확이 미진한 이유를 발표하게 하고 대책을 주문했다.

하지만 각 지역 위원장은 코로나19로 노력(인력)과 식량 및 자재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는 대답밖에 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말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전국적으로 밀, 보리 파종 면적을 2배 이상으로 보장”할 것을 강조하며 “수확고를 높여 인민들에게 흰쌀과 밀가루를 보장함으로써 식생활을 문명하게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조건을 지어주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가을부터 전국적으로 밀·보리 파종 면적을 확대했지만 적어도 올해는 파종 면적 확대가 수확량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의 경우 밀·보리 면적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종자 부족으로 적기에 파종하지도 못했고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않다는 내부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밀과 보리 수확에 필요한 탈곡기는 물론이고 낫조차 부족한 상황이어서 수확 기간이 계획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확과 탈곡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종합탈곡기를 사용하면 밀·보리를 빠르게 수확할 수 있지만 대형 협동농장에서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평안남도 대부분 농장에서는 낫을 이용해 사람이 일일이 수확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낫 조차도 동원된 인력보다 부족해 최근 도 농촌경영위원회 회의에서 농기계 공장이나 작업반에서 낫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논의됐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북한 내부에서는 밀·보리 파종 면적을 확대하라는 지시에 따라 밀과 보리를 재배했지만 그만큼 수확량이 증가하지 않을 경우 옥수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부분 지역에서 옥수수를 경작하던 밭에 밀과 보리를 파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시장에서 옥수수 가격은 2020년 1월 코로나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기 전만해도 1kg에 1200~1300원이었지만 현재는 2800~2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관호 한국농어촌공사 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밀·보리 면적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낮은 이유는 북한 토양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질 좋은 종자가 부족하고, 올해 가뭄으로 생육 조건이 좋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쌀 대체품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밀·보리 수확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종자 확보가 우선돼야 하고 재배 방법에 대한 기술 습득, 농자재 확보 등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북한 전체 농업 생산물 중 밀이나 보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밀·보리 생산량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올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식량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식량 부족량은 보통 80만t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며 “우리도 최근 강수량이 예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북한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밝혔다.

가뭄 등 자연재해, 농자재 부족 등의 요인으로 올해 북한 식량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은 것이다.

앞서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지난 5월 북한의 식량 부족 규모를 86만t으로 추정하며 “식량 부족분이 수입이나 식량지원 등의 방식으로 채워지지 못한다면 북한의 가정들은 혹독한 시기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